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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한양서 日 근대 전시장 경성으로… 식민 수도 서울의 서사 덧글 0 | 조회 217 | 2020-01-22 00:00:00
관리자  

토드 A. 헨리 / 김백영 / 산처럼 / 2만8000원

서울, 권력 도시 / 토드 A. 헨리 / 김백영 / 산처럼 / 2만8000원

책은 일본의 식민 지배 시기(1910∼1945) 서울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다만 ‘정책’이나 추상적인 ‘제도’가 아니라 도시민들의 삶이 펼쳐지는 길거리, 전시장, 마을, 집 안과 같은 일상생활의 현장, 즉 ‘살아 있는 공간’에 집중했다.

1910년 경술국치 이후 조선 왕조의 수도였던 한양은 서서히 일본적 근대의 전시장으로 전환하면서 많은 부분이 파괴되고 식민 지배를 위한 새로운 무대로 만들어졌다. 서울의 공공 공간 중에서도 특히 경복궁 터, 남산의 신토(神道) 신사, 그리고 근린 위생 캠페인의 장소 등은 식민지 조선인들을 충성스럽고 근면하며 공덕심을 지닌 일본 제국의 신민으로 만들려는 폭력적이고 논쟁적인 ‘동화정책’ 과정의 핵심적인 현장이었다.

 저자는 식민지 시기 서울의 이런 공공 공간의 분석을 통해 일제의 식민지 동화 프로젝트가 전개된 구체적 양상을 정신적(spiritual), 물질적(material), 공중적(civic) 세 가지 측면으로 나눠 살펴보고 있다.

저자는 제1장 ‘경성 건설하기: 식민지 수도의 불균등한 공간’부터 제5장 ‘황국신민화: 전시체제기 도시 공간의 재편’까지 5개의 장을 통해 식민지 동화 프로젝트라는 하향식 일방통행 정책이 결코 일제의 의도대로 관철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식민지 동화주의 정책이 그 구체적인 실행에서는 대개 예상치 못한 암초에 부딪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었고, 따라서 ‘식민지 통치성’은 한계에 직면하고 있었다고 했다.

예컨대 3장에서 일제는 조선총독부 건물이 신축됐던 옛 경복궁 터를 통해 ‘물질적 동화’를 검토했다고 저자는 설명했다. 일제는 조선총독부와 두 차례 박람회를 통해 식민지의 발전상을 전시하며 관객들에게 감명을 주려 했고, 이는 일부 성공했다. 일제의 현재는 근대적이고 개방적이며 진보한 것으로, 조선의 과거는 전근대적이고 폐쇄적이며 사라진 것으로 형상화해 식민지인이 된 조선인들이 이 진보에 동참하도록 북돋웠다.

하지만 동시에 이들은 일본인과 조선인을 더욱 합치지 못하게 하는 데 영향을 줬다. 대다수 궁핍한 조선인들은 박람회 등을 통해 새로운 것을 배웠지만, 그것이 전부였다. 오히려 일제는 가난한 조선인들에게까지 큰 비용이 드는 기념행사에 참여하도록 강요해 결국 식민주의의 빈곤화 효과를 악화시켰다. 부유한 투자자들, 즉 일본인 기업에만 유리했을 뿐 조선인들에게는 아무런 이득이 생기지 않은 것이다.

저자는 에필로그 ‘제국의 소멸 이후: 식민 이후 서울의 공공 공간 다시 만들기’를 통해 1945년에 해방을 맞고 한국인들이 식민지 시기 경성의 대다수 상징 공간들을 어떻게 다시 만들었는지에 대해서도 다뤘다. 특히 광복 이후 ‘반공’과 ‘반일’을 국시로 해 등장한 대한민국 정부가 그들의 통치이념을 현대 서울의 도시 공간에 새겨 넣는 과정에서 벌인 국가주의적 프로젝트들이 과연 일본 식민주의자들이 ‘한양’을 ‘경성’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저지른 ‘만행’과 얼마나 다른지를 지적했다.

저자는 “현대 서울의 설계자들은 역설적으로 한반도의 전근대사의 흔적을 최소화하려 했던 식민지 시기 그들의 시도와 닮았다”고 설명했다. 그의 이런 설명은 ‘친일과 반일’ ‘식민지 수탈론과 근대화론’과 같은 익숙한 선악 이분법적 역사관을 뒤흔들고 있다.

이복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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