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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역사에서 퍼올리는 현실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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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3-11-01 00:00 조회1,17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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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역사에서 배운다고 한다. 사람 하나하나 안에 역사가 있고, 그 사람 하나하나가 또 역사가 될 것이다. 현실을 묵직히 살아내야 하는 이유다. 세상이 시끄러울수록 역사에 눈을 돌리는 건 과거로부터 위로받고 미래를 열어갈 지혜를 얻기 위해서다. 역사학자 백승종의 한국사 에세이 <역설>은 불행한 일이 쏟아지는 오늘 여기에, 역사가가 선사하는 위안으로 여겨진다.


역사가 현실에 오롯이 위안일 리는 없으나, 옳은 것이 관철되는 데 위로받고 불의를 떨쳐낼 방도를 얻어낼 궁리라도 시작할 수 있다면 족하지 않을 것인가. 그래서 <역설>은, 노조 농성 현장에 들이닥친 용역회사를 보며 조선 초기 왕실의 사병 조직을 떠올리고, 검찰의 표적수사에 분개하며 태종이 벌인 세종의 장인 심온에 대한 대역 모반죄 사건을 돌아본다. “구겨지고 초췌해진 역사일망정 그것이 미래에 대한 확고한 신념의 토대이기를 갈망”하는 바가 <역설>이 쓰인 이유다. 재미도 빠지지 않는다. 무엇보다 허점을 찌르는 역사해석과 관점이 그렇다. 김홍도의 풍속화는 체제 선전용 화보였으며, 팔만대장경은 무신정권의 지역 장악을 위한 국책사업이었고, 과부의 정절 강요는 성리학 포퓰리즘이었다는 해석은, 혼돈 그 자체인 일련의 현 시국이 과연 미래의 <역설>에 어떻게 설명될 것인가 하는 엉뚱한 상상에까지 이르게 한다.


등록 : 2013.09.01 19:57수정 : 2013.09.01 19:57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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