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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윤치호의 일기로 보는 근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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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3-01-08 00:00 조회1,29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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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9년 3월1일 토요일. 낮 1시30분쯤 거리 쪽에서 군중의 함성 소리가 들려왔다. 거리를 가득 메운 학생들과 시민들이 ‘만세’를 외치며 종로 광장 쪽으로 달려가는 모습이 창문을 통해 우리의 눈에 들어왔다. 이 순진한 젊은이들이 애국심이라는 미명하에 불을 보듯 뻔한 위험 속으로 달려드는 모습을 보면서 눈물이 핑 돌았다.” 3·1운동을 바라본 윤치호(1865~1945)의 심정이 담긴 일기다. 1세대 미국 유학생이자 한국 최초의 근대적 지식인, 독립협회 회장을 지낸 개화·자강운동의 핵심인물, YMCA의 지도자이자 기독교계 원로, 그러나 중일전쟁 이후 친일파의 ‘대부’가 된 그를 바라보는 심경은 복잡하다.

그는 1883년부터 1943년까지 60년 동안 방대한 분량의 일기를 남겼다. 대부분 영어로 쓰여졌으며, 특히 한일합방 이후(1919~43)의 일기는 당대를 이해하는 주요한 사료라 할 만하다. 그는 자본과 기술을 투자해 조선을 근대화시킨다는 일제의 선전이 허구이며 ‘일본의, 일본에 의한, 일본을 위한 발전’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1차 대전 이후 세계 정세를 ‘정의’와 ‘인도’로 생각하며 파리강화회의에서 조선 독립을 요구하자는 낭만적인 주장은 실현 불가능하다는 것을 직시한 현실주의자였다. 당초 외교운동 차원에서 시작된 3·1운동을 반대한 것은 당연했다. 조선인의 ‘도덕적 독립’이 전제되지 않는 한 ‘정치적 독립’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그가 자주 썼던 말은 ‘물 수 없다면 짖지도 마라!’였다. 윤치호 일기를 발췌·번역해 정리한 책으로, 2001년 나온 초판을 개정해 내놓았다. 황경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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