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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검열과 금서로 생각은 통제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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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2-10-29 00:00 조회1,11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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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검열이 있겠습니다


한만수 지음/개마고원·1만5000원



금서 시대를 읽다

백승종 지음/산처럼·1만5000원


‘검열’은 사람의 입을 틀어막는 일이고, ‘금서’는 시대와 불화하는 책들을 뜻한다. 검열의 가장 폭력적인 형태가 책 자체를 금지해버리는 금서라고 볼 때 검열과 금서는 ‘권력을 쥔 이가 자신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인간의 생각을 통제하려는 행위’를 뜻하는 말과 동의어가 된다.


기자 출신의 한만수 동국대 국문학과 교수가 써낸 <잠시 검열이 있겠습니다>는 그가 평생 연구해온 검열 문제를 독자들이 알기 쉽게 써낸 대중적인 안내서다. 그가 보기에 권력자들이 검열을 포기하지 못하는 것은 “지식과 정보가 권력을 유지하는 주요 수단”이기 때문이다.


중세 성직자들은 라틴어 성경에 접근할 수 있는 드문 능력을 지니고 있었기에 오랜 시간 무지한 중세인들 위에 군림할 수 있었다. 성경을 대중 언어로 번역했던 수많은 선각자들이 신성모독으로 종교 재판에 넘겨져 사형을 당해야 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검열의 양태는 점점 복잡해져 간다. 처음엔 정치와 종교 권력에 의해 폭력적인 방식으로 이뤄졌지만 지금의 검열은 자본에 의한 간접 검열이다. 언론인들은 자본의 이해에 반하는 기사 쓰기를 꺼리고, 쓴다 해도 내부 데스킹 과정을 거쳐 자연스레 걸러지게 된다. 검열의 주체가 해방 전 조선총독부 경무국에서 군사정권 시절의 중앙정보부 등을 거쳐, 자본의 이해에 종속된 유약한 자아로 바뀌는 순간이다.


그뿐만 아니라 발전한 통신 기술은 검열권을 독점해온 국가의 장벽을 가볍게 뛰어넘는 유튜브, 트위터 같은 소셜 미디어들을 만들어 냈다. 최근 이슬람 선지자 무함마드를 비하하는 동영상이 유튜브로 공개돼 중동권 전체가 들썩였는데, 이 상황에서 유튜브가 동영상을 검열하는 게 좋을지, ‘언론의 자유’를 위해 그냥 두는 게 좋을지 판단하기는 어렵다.


책에는 그밖에도 이명박 정권 들어 부활한 언론자유 위협의 징후들과 우리 출판물의 인쇄일과 발행일이 일주일 정도 차이가 나는 게 검열이 남긴 상흔이라는 것, 이상화의 저항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가 잡지 <개벽>에 실렸다가 통째로 날아갔지만 지방판에는 먼저 실렸기에 살아남았다는 사실 등 소소한 ‘팩트’들이 살아 숨 쉰다.


결국 지은이의 주장은 ‘@2MB18nomA’라는 트위터 계정을 방송통신심의위가 아무리 차단한다 해도 이후 등장하는 ‘@2MB19-1nomA’라는 계정은 어쩔 것이냐는 근본적인 질문과 잇닿아 있다. 결국 사람의 생각을 통제하는 것은 그동안에도 불가능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얘기다. 올해 인터넷매체 <프레시안>에 연재했던 원고들을 모았다.


역사학자인 백승종 마을공동체문화연구소 대표가 써낸 <금서 시대를 읽다>는 조선 후기 <정감록>부터 구한말의 <조선책략>, 군사정권 시절 <태백산맥>에 이르기까지 한국 근현대사의 단면을 여덟권의 금서를 통해 꿰뚫은 책이다. 지은이가 보기에 이 책들이 금서가 된 것은 “시대가 당면한 과제들을 본격적으로 논의”했기 때문이다. 권력자들은 늘 책들이 “인간 사회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 염려했지만, “그 결정은 대체로 권력자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다. 책 전체를 읽기가 부담스럽다면 프롤로그의 ‘금서 강의를 시작하며’만 정독해도 금서와 관련된 한국 근현대사의 부침을 파악할 수 있다. 지은이가 대학에서 여덟 차례 강의한 내용을 묶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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