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언론보도

[대전일보] 문화투쟁의 도구 ´금서´ 세상을 바꾸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2-10-26 00:00 조회1,257회 댓글0건

본문



금서 시대를 읽다 백승종 지음·산처럼·286쪽·1만5000원

뉴스 썸네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당시의 지배적 가치관을 거스르는 아이디어가 담긴 모든 것들은 기득권과의 불화가 필연적이었다. 특히나 정제된 사고와 논리, 필자의 신념과 의지가 종이에 담긴 책이 민중에 전파되는 것이 권력층에게는 두려움마저 일으켰으리라. 그래서 진시황은 책을 불태우고 루소의 ´사회계약론´이 금서로 낙인찍히고 조선에서는 성리학과 관련되지 않은 모든 책들이 수난을 당했다.



´금서, 시대를 읽다´의 저자는 이를 ´문화투쟁´으로 설명한다.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이 제시하는 이와 그 관점을 억누르려는 기득권의 헤게모니 싸움이다. 즉, 당면한 시대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상식과 향방을 결정짓는 주된 이데올로기 선점을 위한 투쟁인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한국 근·현대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금서 8편을 선정해 소개하고 이 책들이 금지돼야 했던 시대적 상황과 책들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설명한다.



이야기는 조선 중기 이씨 왕조의 몰락과 새로운 왕조의 등장을 예언했던 ´정감록´으로 시작된다. 나라의 멸망을 예고하는 책이니 영조와 정조는 이 책의 내용이 퍼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쏟았다. 그러나 훗날 ´정감록´은 새 세상을 추구했던 동학이나 원불교 같은 종교와 새 문명을 창출하는데 일종의 도구로 사용된다. 저자는 ´정감록´이 허무맹랑한 사담을 넘어서 성리학이라는 지배 이데올로기를 상대로 ´평민지식인(저자가 술사, 즉 점쟁이라는 말에 담긴 지배층 시각의 폄하적 의미를 걷어내고 쓴 표현)´들이 활용한 대항 이데올로기였다고 의미를 부여한다.



1908년 등장한 안국선의 신소설 ´금수회의록´은 한국 초기 기독교의 관점에서 체제와 사회상을 비판한다. 자신은 양반 출신이지만 기독교의 평등정신을 내세우고 가정윤리의 훼손과 제국주의 침략에 부화뇌동하는 이들을 꼬집는다. 여성에 대한 봉건적, 권위적 시각을 드러내기도 하지만 당시 사회상에 비춰볼 때 책에 드러난 안국선의 시각은 분명 획기적이었다. 사회적 파장을 인식했던 것인지 이야기는 액자소설 형태에 동물들의 입을 빌려 말하는 식으로 검열이나 억압을 피하기 위한 몇 가지 ´안전장치´를 사용했지만 금서가 되는 것을 피하지는 못했다. 저자는 안국선에 대한 연민도 언급한다.



´국가´나 ´민족´이 아닌 진실을 추구하는 것을 삶의 최고 가치로 여겼다던 리영희 선생. 1977년 출간된 ´8억인과의 대화´는 서슬 퍼런 반공 이데올로기가 일상을 지배하던 시기에 진실이라는 이름의 균열을 낸다. 한국전쟁 이후 적국이나 다름없었던, 누구나 쉬쉬했던 중국의 공산혁명을 본격적으로 다룬 것이다. 리영희 선생은 이 책을 출간한 직후 반공법 위반으로 옥살이를 했다. 이 책은 리영희 선생의 저작이 아니라 한양대 중국문제연구소에 재직하면서 축적한 자료들을 편역한 것이고 문화대혁명을 지나치게 미화했다는 등의 비판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평생 ´옳음´을 추구하고자 했던 지식인의 실천적인 삶과 그 저작들은 시대의 오류를 되돌아보게 하고 더 나은 길을 찾게 하는 등불이 되었다.



불과 20-30년 전에 금서로 찍힌 ´오적´과 ´태백산맥´이 대입 준비생에게 필수적으로 읽힌다. 국방부는 금서목록을 지정했다가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이젠 금서라는 말 자체가 낯선 시대. 표현과 사상의 자유가 확대됐음을 절감하는 한편 더 진일보한 시대를 도발적으로 제시하는 ´불온서적´의 탄생을 기다린다. 최정 기자 journalcj@daejonilbo.com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