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책&생각] 미국사 이면 들춘 하워드 진, 마지막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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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엄 촘스키와 함께 미국을 대표하는 양심적 지식인 하워드 진(1922~2010)은 ‘달리는 기차 위에 중립은 없다’ ‘미국 민중사’ 등으로 한국에도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85살이던 2007년 방송인 레이 수아레스와 역사학자로서 자신이 가져왔던 문제의식과 핵심적인 주제들에 관해 대담을 나눈다. 주류 미국사에서 “성역으로 여겨온 신화를 건드”려온 자신의 지적 여정에 관한 구술인 셈이다.
대담 내용은 ‘미국 민중사’ 설명, 요약본이라 할 만하다. “원주민들을 납치하고 팔과 다리를 잘라버리거나 죽이기도 했으며 노예로 삼기도 했”던 콜럼버스, 전쟁광이자 제국주의자·인종차별주의자로 “필리핀 민중에 대한 학살 명령을 내린”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 “신의 섭리에 따라 이들을 마음대로 죽일 권리를 가진다”며 원주민 학살을 정당화해준 교회 지도자 등 ‘위인’들의 이면과 위선을 직격한다. 하층 백인들과 흑인들의 잇따른 봉기와 하급 병사들의 반란 등 주류 역사가 외면해온 분명한 사실들도 환기된다. 통킹만에서 그랬듯이 미국의 기만으로 시작된 멕시코와 전쟁 때 멕시코시티에서 끔찍한 사태에 충격을 받은 병사들 일부가 멕시코를 위해 미군과 싸웠다는 대목에선, 임진왜란 때 침략군으로 왔다가 조선으로 귀순했던 항왜들을 떠올리게 된다.
“신의 섭리로 타자를 지배할 수 있는 특별한 권리를 부여받은 존재”가 아님을 깨닫고, 겸손하고 협력적인 21세기의 미국이 돼야 한다는 노 학자의 주문은 안타깝게도 지금도 유효하다.
본문 속 너무 자주 등장하는 ‘옮긴이주’가 글 읽는 흐름을 방해하지만, 미국 역사를 비판적으로 살펴보고픈 초심자에게는 유용하겠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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