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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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칼럼 <출판의 시간, 그 기억과 기록>(산처럼 20주년이 언급된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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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산처럼
작성일22-05-12 15:31 조회14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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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책과 삶을 기억하는 방법은 여럿일 텐데, 그 가운데 가장 자주 실현되는 그리고 주목받는 방식은 탄생이나 서거 100년, 출간 100주년 같은 시간 단위의 기념이다. 이에 비해 그 작가와 그 책을 함께 만들어 세상에 전한 출판사의 시간은 따로 기억되는 경우가 드물다. 지난 4월 말 파주출판도시에서 시작한 전시회 ‘사계절40, 책·사람·자연’은 <임꺽정> <반갑다, 논리야> <마당을 나온 암탉> 등을 펴낸 사계절 출판사의 창립 40주년을 돌아보는 기획으로 화제를 모았는데, 오랜 세월 시대와 호흡하며 꾸준히 독자를 만나온 사계절 출판사의 공과 덕에 전하는 박수뿐 아니라 출판사의 역사를 돌아보는 드문 시도라는 점에서도 관심을 모았다.

박태근 위즈덤하우스 편집본부장

박태근 위즈덤하우스 편집본부장

                          

물론 덜 드러나서 그렇지 이런 시도는 근래 눈에 띄게 늘었는데, 1인 출판사 봄날의책은 지난겨울 사진 위주 갤러리 류가헌에서 맞춤하게 나온 신간과 그간 펴낸 50여종의 책을 모아 ‘12월의 선물, 봄날의책’이라는 책·그림·사진 전시회를 열었고, 20년 동안 역사책을 꾸준히 만들어온 산처럼 출판사는 쌀·책·예술·문화를 담는 공간 동수상회에서 지난 시간을 펼치며 내일을 기대하는 행사를 진행했다. 다른 형식의 시도로는 얼마 전 나온 잡지 ‘GRAPHIC’ 48호를 가득 채운 ‘워크룸 15년(2006~2021)’이 인상적인데,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 워크룸의 “연대기적 행로”를 바탕으로 일하는 공간부터 책 판면의 구성까지, 이곳에서 함께 시간을 보낸 모든 이들의 이름부터 뜻을 나누며 작업한 이들의 논평까지, 그야말로 ‘총체’를 담는 시도라 하겠다.

앞서 소개한 사계절은 40주년을 맞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 동네책방>이란 책도 펴냈는데, 동네책방 대표들이 글을 쓰고 출판사 대표가 각 책방의 풍경을 그림으로 담아 구성한 방식이 책을 만들고 품는 두 공간의 연대를 그대로 담아낸다. 출판사 대표 강맑실은 “책과 사람을 향한 열정으로 가득한 여러분의 아름다운 삶 덕분에 제가 살고 있습니다. 또 보고 싶습니다. 저 역시 여러분의 마음을 고이 담아 좋은 책들 꾸준히 펴나가겠습니다”라며 감사와 다짐을 전했는데, 그간 이런 기념이 출판계와 독자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았던 터라 책 세계의 가까운 동료 서점, 그중에서도 동네서점에 박수를 전하는 모습은 기억에 오래 남을 듯하다.


이렇듯 드러나고 드러내는 시도의 필요와 중요를 새삼 느끼며 물적, 심적 여유가 없어 기억하고 기록할 기회를 만들어보지 못한 곳들을 떠올려본다. 온라인 서점에서 일하며 출간 종수가 100종에 이른 출판사, 첫 책을 펴낸 지 10년이나 20년에 닿은 출판사에 이런저런 기획전을 제안하고 진행한 기억을 돌아보면, 생각은 했으나 실행할 용기가 없었다거나 계획해보려 했으나 방법을 알지 못해 머뭇거렸다는 반응이 적지 않았고, 그렇기에 대부분 즐겁게 제안을 수용하며 흥미로운 기념의 방법을 나누었으니, 그렇다면 ‘판’만 마련된다면 더 많은 출판사가 지나온 길을 돌아보며 나아갈 길을 내다보는 시간을 나눌 수 있지 않을까 싶어지는 것이다. 머뭇거리는 출판사의 등을 두드리며 손을 내미는 방법을 업계 전체에서 고민해보면 어떨까 싶다. 매해 열리는 서울국제도서전에서 그해 10주년, 20주년을 맞은 출판사의 역사를 모을 수도 있겠고, 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나 대한출판문화협회에서 지속 가능한 공간과 지원책을 마련할 수도 있겠다. 물론 일이 벌어지는 데에는 각 출판사의 결심이 가장 중요하겠다. 각각의 출판사는 하나의 세계를 만드는 도전이니, 책으로만 말을 걸면 충분하다는 소박한 뜻뿐 아니라 이것이 역사라는 확고한 뜻까지 마음껏 뽐내보길 권한다.


-박태근 위즈덤하우스 편집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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