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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코로나와 불공정이 덮친 세상… 이 책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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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0-12-23 12:46 조회52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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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올해의 책

코로나, 공정, 페미니즘.

올 한 해 국내 출판계를 관통한 키워드다. 전대미문의 코로나 사태로 ‘집콕’ 하며 위기를 타개할 방안을 책을 통해 찾았으며, 불공정이 판치는 사회에 대한 울분을 독서로 풀었고, 권력자의 성추문에 대한 분노를 소설 한 구절을 곱씹으며 표출한 한 해였다. 조선일보 Books가 그 어느 때보다 갑갑하고 치열했던 1년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책 12권으로 2020년을 결산한다. 조선일보 문화부 출판(김태훈·이한수·곽아람), 문학(박해현·백수진), 학술(김기철), 영화(김성현) 담당 기자와 우석훈·장동선·박소령 등 Books 필진이 열띤 논의 끝에 선정했다.

/일러스트=양진경
/일러스트=양진경

◇코로나와 넷플릭스

코로나 사태 속에서 사람들은 더 읽었다. 교보문고의 ‘연간 종합 베스트셀러 및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판매 권수는 전년 대비 7.3% 늘었다. 예스24도 올해 전체 도서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23% 늘었고, 10년 전과 비교해도 35% 이상 성장했다고 밝혔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진 사람들이 OTT 서비스를 통해 여가를 보내면서 넷플릭스에 대한 관심이 집중됐다. 넷플릭스 CEO 리드 헤이스팅스가 쓴 ‘규칙 없음’은 “‘대단한 사람’을 얻기 위해 ‘좋은 직원’을 해고하는” 경영 비법을 공개하며 5만 부 팔린 베스트셀러가 됐다. 박나미 RHK 코리아 차장은 “코로나 때문에 가장 성장한 브랜드로 관심을 끌었다. 30~40대 남자들이 많이 읽었지만 자유를 주되 책임을 부과하는 경영 방식과 자녀 양육법이 상통한다고 여긴 부모들이 읽혀 10대들도 꽤 봤다”고 했다.

전염병의 역사에 대한 책도 관심을 끌었다. 미국 칼럼니스트 제니퍼 라이트의 ‘세계사를 바꾼 전염병 13가지’는 “페스트, 결핵, 스페인 독감 등 역병(疫病)의 역사를 통해 우리가 배울 것은 그를 대하는 태도”라 말한다. 윤양미 산처럼 대표는 “전염병이 창궐할 때 리더십의 중요성, 가짜 뉴스에 대한 경계 등을 역사를 통해 보여준 것이 독자들의 마음을 끌며 1만 부 팔렸다”고 했다.

미국 작가 데이비드 브룩스의 ‘두 번째 산’은 고통의 시대에 ‘함께 살기’에 대한 이야기. 박윤우 부키 대표는 “코로나로 인한 좌절감 속에서 희망을 찾고픈 사람들이 읽었다. 무거운 주제의 책인데도 2만6500부 나갔다”고 했다. 종말로 내닫는 21세기 기후 재난 시나리오를 담은 ‘2050 거주불능 지구’도 팬데믹에 대한 공포와 함께 2만부 팔렸다. 김정수 추수밭 출판사 대리는 “4월에 출간했는데 코로나가 닥치면서 책이 내세운 종말론적 제목이 큰 힘을 발휘했다. 처음에는 남성이 많이 읽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여성 독자들도 많이 구매했다”고 했다.

◇불공정에 대한 분노

입으로는 정의를 외치면서 자식 문제, 부동산 문제 등에서 ‘내로남불’을 일삼는 정치권 유력 인사들의 행태에 대한 절망과 울분으로 ‘공정’에 대한 열망이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와 서민 단국대 교수 등 지식인 다섯 명이 함께 쓴 정권 비판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는 ‘조국흑서’라는 별칭으로 불리며 10만부 팔린 대히트작이 됐다. 선완규 천년의상상 대표는 “프레임 씌우기에 능한 여권에 대해 누군가 한마디 해줬으면 좋겠다는 갑갑함을 해소해 준 것이 가장 큰 판매 요인”이라며 “30~60대가 고루 읽었고, 여성보다는 남성이 조금 더 읽었다”고 했다.

능력주의에 대한 비판을 담은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의 ‘공정하다는 착각’은 이달 초 출간 직후 교보문고 종합 베스트셀러 4위에 올랐다. 출간 한 달도 안 돼 7만부 팔렸다. 권병규 와이즈베리 과장은 “전·현직 법무부 장관 등 유력 인사 자제들의 특혜 문제가 불거지며 청년들이 공정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원제는 ‘능력주의의 폭정’이지만 시류에 맞게 한국어판 제목에 ‘공정’을 넣은 것이 독자들 마음을 잡았다”고 했다.

‘1990년대생이 경험하는 불평등은 어떻게 다른가’에 초점을 둔 조귀동씨의 ‘세습 중산층 사회’도 비슷한 맥락에서 읽히며 2만부 팔렸다. 586세대를 정치(精緻)하게 비판했다. 거대 여당의 독주를 초래한 유권자들의 선택을 돌아보아야 한다는 메시지가 담긴 책으로는 사회심리학자 샬런 네메스가 쓴 ‘반대의 놀라운 힘’이 꼽혔다.

◇페미니즘, 그리고 정세랑

페미니즘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출판계를 달궜다. 부하 직원 성추행 혐의로 피소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극단적 선택을 했을 때, 여성들은 “어떤 자살은 가해였다. 아주 최종적인 형태의 가해였다”는 문장을 소셜미디어에 적으며 분노했다. 정세랑 소설 ‘시선으로부터’의 한 구절이다. 근·현대의 굴곡을 헤쳐나간 심시선이라는 예술가의 삶을 그의 행적이 있는 하와이에 모인 자손들이 돌아보는 이야기인 이 책은 현재 10만부 판매 기념 에디션을 제작 중이다. 김영수 문학동네 과장은 “기존 가부장제에서 벗어나 ‘가모장’이라는 롤모델을 제시했다. 작가는 ‘정세랑의 해’라고 해도 될 정도로 넷플릭스 드라마로 제작된 ‘보건교사 안은영’ 등으로 한 해 동안 열렬히 사랑받았다”고 했다.

외국 문학으로는 캐나다 작가 마거릿 애트우드의 ‘증언들’이 뽑혔다. 여성들이 출산 도구로만 전락한 디스토피아를 그린 ‘시녀 이야기’ 후속작이다. 34년 만의 후속 신작이라는 기대감과 3040 여성들의 지지에 힘입어 3만부 팔렸다. 영국 여성 소방관이 쓴 ‘소방관의 선택’은 생사(生死)가 갈리는 순간, 인간은 어떻게 의사 결정을 하는가에 대한 분석과 함께 금남(禁男)의 영역에서의 분투를 함께 담아냈다. 학술서로는 조선 말기에서 일제강점기까지 일본 육군사관학교로 유학 간 청년들의 행적을 담은 이기동 동국대 명예교수의 ‘비극의 군인들’이 선정됐다. 구매자 중 40~60대 남성이 많은데 관련 분야 연구자가 대다수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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