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의 신화와 진실: 독소전쟁과 냉전, 그리고 역사의 기억
로널드 스멜서·에드워드 데이비드 2세 지음, 류한수 옮김/산처럼·3만8000원

한국인에게 2차대전의 결정적 장면은 연합군의 노르망디 상륙작전이다. 영화 <사상 최대의 작전> 등 대중오락물로 수없이 소개된 이 작전과 그 후 서부전선에서 나치 독일군을 격퇴하는 미군의 용맹한 전투가 2차대전을 결정지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미-영 연합군이 나치 독일군에 맞서는 서부전선을 본격적으로 만든 노르망디 상륙작전이 벌어진 1944년 6월6일에는 벌써 동부전선에서 소련의 붉은군대가 독일 국경까지 진군하는 상황이었다. 2차대전의 승패가 이미 결정 난 시점이었다.

2차대전은 노르망디 작전 1년6개월 전인 1943년 1월에 끝난 동부전선의 스탈린그라드 전투에서 이미 조류가 바뀌었다. 2차대전에서 연합국 승리의 결정적인 구실을 했던 소련의 역할은 2차대전이 끝나자마자 곧 서방에서는 지워졌다. 냉전이 시작되자 미국 등 서방에서는 소련을 악마화하는 데에서 더 나아가, 소련과 싸웠던 독일의 관점으로 보는 경향까지 나타났다. “독일군은 나치가 동방에서 펼친 인종말살 등과는 상관없고, 나라를 위해 명예롭게 싸운 군대의 전통적 역할”을 했으며, “독일국방군이 러시아에서 했던 역할이 소련 공산주의에 맞서 미국이 벌이는 싸움의 서곡이었을 뿐”이라고 각색됐다. 독일 육군 참모총장인 프란츠 할더는 미 육군에서 일하며 ‘할더 작업단’을 이끌고, 미군에 소련과의 전투 경험을 전수하며 독일국방군 신화를 부활시켰다.

미국 대학교의 역사학 교수들이 쓴 이 책에서 확인되는바 서방에서 독소전쟁의 탈색과 독일국방군 신화의 부활 과정을 살피면, 현재 미국과 유럽 신나치 등 극우파들의 기승이 2차대전 종전 직후부터 시작된 것임을 알게 된다. 히틀러의 실수일 뿐, 장군들은 실수하지 않았고, 그 실수를 피했다면 다른 결말이 될 수도 있었다고 보는 역사의 왜곡 과정을 낱낱이 제시한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