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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블리스] 문화를 지키는 이름, 수집가 『명품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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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1-06-15 00:00 조회1,39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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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를 지키는 이름, 수집가



에디터 홍혜미 (layla@noblesse.com)







본래 수집(蒐集)이란 ‘취미나 연구를 위해 여러 가지 물건이나 재료를 찾아 모음, 또는 그 물건이나 재료’를 뜻하는 말이다. 하지만 여기 소개하는 과거의 비범한 수집가들은 단순한 관심과 애정을 넘어 우리의 얼을 지켜낸 진정한 ‘수집’의 힘을 보여준다. 예술품 경매시장이 발전하면서 투자가치와 효율적인 구매 방법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지금, 그들의 예술에 대한 열정은 ‘수집가’라는 이름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게 한다.





왼쪽부터 1.조선의 그림수집가들(손영옥 저, 글항아리 펴냄) 2.간송 전형필(이충렬 저, 김영사 펴냄) 3. 명품의 탄생-한국의 컬렉션, 한국의 컬렉터(이광표 저, 산처럼 펴냄)





알면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니 모으게 되더라 <조선의 그림 수집가들>
그림은 무엇보다 돈과 권력이 있어야 수장을 시도해볼 수 있는 영역인 만큼, 조선시대 서화 수장의 중심에는 왕이 있었다. 이 책이 왕실 수장부터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도 그런 까닭에서다. 특히 폭군 이미지로 점철된 연산군을 컬렉터로서 재조명하는 부분이 눈길을 끈다. 그는 파격적인 서화를 즐김으로써 제도적 벽을 허물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예컨대 조선시대 왕은 화원에게 마음대로 그림을 그리라고 명할 수 없었다. 도화서는 예조에서 관할했고 궁궐 밖에 있었기 때문이다. 연산군은 자신을 구속하는 이런 밧줄을 싹둑 잘라버렸다. 그림을 보고 싶어 왕 직속 화원으로 ‘내화청’을 궁궐 안에 설치했다. 그리고 유학의 이념을 들먹이는 신하의 눈치를 볼 것 없이 좋아하는 그림을 마음껏 그리게 했다고 한다. 그런 연유로 연산군은 서화 애호 문화의 서막을 연 인물로 평가받는다. 이렇게 막대한 부를 타고난 인물 말고도 그림과 글씨로써 교유하는 가운데 수장가로서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한 인물이 있으니, 바로 겸재 정선의 친구인 시인 사천 이병연이다. 이병연은 겸재를 친구로 둔 덕에 당대 유명한 컬렉터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일단 ‘경교명승첩’, ‘영남첩’ 등 정선의 그림을 상당수 보유했을 뿐 아니라 중국 유명 화가의 그림도 사 모았는데, 명나라 구영과 남송 마원 등 내로라하는 화가의 작품이 그의 수중에 있었다고 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그럼에도 이병연은 감식안이 별로 없었다는 것이 당대의 중론이라는 점. 그의 친구 남유용은 “사천은 그림을 모르지만 좋은 그림을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다”며 “그림을 볼 줄 몰라 그림을 수집할 때 항상 정선에게 물어보고서야 수장했다”고 전한다. 이처럼 많은 서화 수장가 이야기 외에 조선시대에도 판친 가짜 그림 논쟁, 조선시대 그림 가격에 대한 정보, 또 그림을 감상할 때 빼놓지 말아야 할 제발과 인장에 대한 내용도 흥미롭게 다루고 있다.





간송의 삶, 그 비밀의 수장고 속으로 <간송 전형필> 국보 12점, 보물 10점의 국가 지정문화재와 서울시 지정문화재 4점을 비롯해 정확한 전체 규모조차 알 수 없을 만큼 방대한 자료를 자랑하는 간송미술관은 ‘민족 문화유산의 보고’라고도 불린다. 이 책은 바로 간송미술관을 탄생시킨 주인공, 간송 전형필의 삶에 대한 평전이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선택한 간송의 삶에 매료된 저자는 집요한 자료 수집과 취재, 철저하고 세심한 고증을 바탕으로 간송의 시대를 재현했다. 서울 종로4가 99칸 대갓집 자손 전형필은 대수집가 오세창을 만나면서 삶에 큰 전기를 맞이하게 된다. 이후 전 재산을 털어서라도 조상의 얼과 삶이 깃든 문화유산을 지켜내고자 일본으로 유출되는 서화, 도자기, 불상, 석조물, 서적 등을 수집해 이 땅에 남겼다. 특히 1943년 <훈민정음>을 입수한 것은 가장 극적인 순간이었다. <훈민정음>이 발견됐다는 소식을 들은 전형필은 당시 집 열 채 값에 해당하는 1만 원을 지불했고, 비밀리에 보관해오다 1945년 광복 후에 이를 공개했다. 이렇듯 우리 역사상 최고 발명품인 <훈민정음>이 세상의 빛을 본 데에는 전형필의 숨은 노력이 컸다. 그는 <훈민정음>을 수장하고 있는 수집품 중 최고 보물로 여겼다. 한국전쟁 당시 피란을 갈 때도 품안에 숨겼고, 잘 때는 베개 속에 넣어 지켰다고 한다. 이처럼 실제 간송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듯한 생생한 묘사가 특징인 이 책은 간송 전형필의 장자인 전성우 화백이 공인하고 감수했다. 간송의 마음을 뒤흔든 최고 보물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우리네 컬렉터의 열정적인 삶 <명품의 탄생-한국의 컬렉션, 한국의 컬렉터> 이 책은 컬렉션이 단순히 유물이나 수집품을 모으는 행위이거나 돈을 벌기 위해 미술품, 문화재를 수집하는 차원이 아니라 역사와 예술에 다시 한번 생명을 불어넣는 창의적 문화 활동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특히 컬렉션이 근대에 시작된 것으로 생각하는 이들을 위해 조선시대부터 이어온 수집의 역사를 되짚는 방대한 구성이 돋보인다. 조선 전기부터 문화 르네상스를 꽃피운 19세기와 식민지 시기를 거쳐 문화재가 위험에 처한 한국전쟁, 국제화되고 있는 현대의 컬렉션 경향과 감동적인 기증 사례, 그리고 최근의 경매 현상까지 오랜 시간 이어온 컬렉션의 흐름을 조명한다. 김광수, 이병철, 박병래 등 시대별 대표 컬렉터를 소개하는 것은 물론, 역사와 문화를 바라보는 객관적 시각을 강조하는 것도 특징이다. 일례로 재일 한국인 이병창이 일본 오사카 시립 동양도자미술관에 우리 도자기를 기증했을 때, 많은 이들이 “왜 한국이 아닌 일본에 기증했느냐”고 원망의 소리를 높인 적이 있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 이광표는 “전 세계인이 다녀가는 오사카 시립 동양도자미술관에 기증해 전시하는 것이 우리 문화재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데 더 효과적이었다”고 높이 평가하며 냉철한 수집론을 펼친다. 이외에도 180여 장에 달하는 역사적 수집품을 올 컬러로 담아낸 이미지가 풍부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원문보기 www.noblesse.com/v3/Features.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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