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언론보도

〔조선일보〕美는 연합국 승리의 일등 공신 소련을 왜 지웠나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0-04-27 00:00 조회438회 댓글0건

본문

독일에 맞서 소련과 손잡은 美, 냉전 시작되고 독일 분할되자 서독 보호하며 독일군 미화
국제정치에 영원한 동맹·적 없어… 관계는 힘의 균형에 따라 바뀐다


제2차 세계대전의 신화와 진실


제2차 세계대전의 신화와 진실

로널드 스멜서·에드워드 데이비스 2세 지음|류한수 옮김
산처럼|600쪽|3만8000원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가 현재의 국제 질서를 이뤘다는 점에서 당시에 대한 관심이 적지 않다. 2차 대전 역사를 서술한 책이 이미 여럿 나와 있다. 넷플릭스에서 한국인들이 지난해 많이 본 다큐멘터리 영상 1위는 '10대 사건으로 보는 제2차 세계대전'이었다. 미국 역사학자 둘이 함께 쓴 이 책은 전쟁을 기억하는 방식의 변화에 주목한다. 주로 2차 대전 중 독일과 소련이 벌인 전쟁을 미국인이 기억하는 방식에 초점을 맞췄다. 독·소전쟁은 1941년 6월 독일의 소련 침공으로 시작해 1945년 5월 소련이 베를린을 점령하면서 막을 내렸다.

2차 대전 중 나치 독일은 미국과 소련 공동의 적(敵)이었다. 독일이 소련을 기습 침공한 여섯 달 후 일본이 미 하와이 진주만을 공습하고, 이어 히틀러가 미국에 선전포고를 하면서 미국과 소련은 동맹을 맺었다. 미 언론은 독일에 맞서 싸우는 동맹국 소련을 영웅적으로 묘사했다. 뉴욕타임스는 일일 전투 현황 지도를 싣는 등 전쟁 상황을 자세히 보도하면서 소련군 훈련 사진을 자주 실었다. '라이프' '타임' '리더스 다이제스트' 같은 잡지는 연민과 공감에 호소했다. 전쟁터로 가는 아들을 전송하는 러시아 가족에 대한 기사와 사진을 보면서 미국 독자들은 같은 일을 겪은 자신의 처지를 떠올리며 눈물을 흘렸다. 무고한 러시아인에게 독일군이 저지른 잔학 행위를 전하는 뉴스를 보면서 분노에 몸을 떨었다.

1945년 4월 미군(왼쪽)과 소련군이 독일 동부 토르가우에서 처음 만나 반갑게 악수하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2차 대전 중 미 언론은 동맹인 소련군의 활동을 영웅적으로 묘사했으나, 종전 이후 냉전이 이어지면서 당시 소련군에 대한 인식은 비우호적으로 바뀐다.1945년 4월 미군(왼쪽)과 소련군이 독일 동부 토르가우에서 처음 만나 반갑게 악수하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2차 대전 중 미 언론은 동맹인 소련군의 활동을 영웅적으로 묘사했으나, 종전 이후 냉전이 이어지면서 당시 소련군에 대한 인식은 비우호적으로 바뀐다. /산처럼


당시 미 언론 보도에서 소련 지도자 스탈린은 나치 침략에 맞서 러시아 인민을 구하는 통치자로 묘사됐다. '타임'은 1942년 올해의 인물로 스탈린을 꼽으면서 "스탈린만이 러시아를 곤경에서 어떻게 구해낼지 완벽히 알았다"고 극찬했다. '라이프'는 1943년 3월호를 러시아 특집으로 꾸미고 스탈린 사진을 표지에 실었다. 뉴욕에 본부를 둔 러시아전쟁구호협회는 독일과 싸우는 소련을 돕기 위해 200만달러를 모금했다. 미국 시민들은 10센트, 25센트 동전이 든 저금통을 기부하면서 소련군의 승전을 기원했다.

그러나 다시 극적인 전환이 일어난다. 동맹국 소련이 전쟁 직후 미국의 최대 적국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후 6·25전쟁이라는 열전(熱戰)에 이어 체제를 건 미·소 냉전이 이어지면서 과거 동맹국의 영웅적 혈전은 기억에서 사라졌다. 오히려 소련군이 베를린 입성 때 독일 여성들을 강간한 사실 등이 중요하게 취급됐다. 미군과 영국군이 1944년 6월 6일 노르망디 상륙작전에 성공해 2차대전에서 승리했다는 진술이 거짓은 아니지만, 미군의 승리는 미군이 아직 노르망디 고립 지대를 벗어나지 못했던 6월 22일 소련군이 동부전선에서 대공세를 펼쳐 독일군 주력을 무너뜨린 덕분이었다는 사실은 언급되지 않는다.

전쟁이 끝난 후 적국 독일(서독)은 미국이 공산주의 종주국으로부터 보호해야 할 나라로 바뀌었다. 1946년 3월 '리더스 다이제스트는 '왜 그토록 많은 미군 병사가 독일인을 가장 좋아할까'라는 기사에서 "귀국하는 군인 다섯 명 중 네 명이 어느 연합국 국가보다 독일을 더 좋아했다"고 전했다. 독일도 국제정치가 바뀌고 있다는 사실에 편승했다. 독일군 참모총장이었던 프란츠 할더는 "독일군은 전쟁에, 폴란드 공격에, 그리고 러시아 전역(戰役)에 분명히 반대했다"고 말했다. 물론 사실이 아니었다. 할더는 히틀러가 명령하기 전에 민간인 제노사이드(인종 학살)와 러시아 침공 계획을 세웠다. 새로운 국제 질서에서 이제 독일은 미국 의 맹방이 됐다.

2차 대전 당시 피해자 소련이 선(善)이었고, 침략자 독일이 악(惡)이었으니 이를 직시해야 한다는 책으로 읽는다면 일면만 본 것이다. 오히려 국제정치에서 동맹이냐 적이냐는 고정돼 있지 않으며, 역사 해석은 힘의 균형에 따라 바뀐다는 냉혹한 국제정치의 현실을 읽어야 한다. 소련(러시아)의 2차대전에 대한 기억은 어떻게 변화했는지도 궁금해진다.


이한수 기자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4/25/2020042500213.html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