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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책의 향기]고대 도시 니푸르부터 송도까지… 지도에 새겨진 도시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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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8-05-10 00:00 조회86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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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폴리스 지도로 본 도시의 역사/제러미 블랙 지음/장상훈 옮김/224쪽·3만8000원/산처럼

그림 속 사자가 칼을 든 채 갈기를 흩날리며 포효한다. 한데 사자의 몸에 네덜란드 17개 주가 그려져 있다. 이 사자 그림은 1648년 제작된 지도(사진)다. 1610년경 벨기에, 네덜란드 등의 나라를 사자로 형상화한 지도 ‘벨기카의 사자(Leo Belgicus)’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스페인의 지배에 항거하며 독립전쟁을 벌이던 네덜란드의 기상을 강조한 것이다.

기원전 1250년경 테라코타(구운 점토)로 만들어져 조각만 남은 메소포타미아 니푸르부터 오늘날 한국 인천 송도까지 세계의 대도시 지도 166장을 담았다.

지도 하나하나가 아름다워 눈을 떼기 어렵다. 1481년의 이탈리아 제노바 지도(크리스토포로 데 그라시 제작)는 바다에서 바라본 제노바의 풍경을 보여준다. 바다에는 교황 식스투스 4세의 부름에 응해 오스만 제국에 맞서기 위해 출항하는 군함들이 떠 있다. 1543년 재건돼 오늘날까지도 서 있으면서 제노바의 상징이 된 란테르나 등대의 모습도 뚜렷하다. 언덕 위의 성채들은 제노바를 감싸 안은 듯 보호하며 바다를 내려다보고 있다.

고대 로마, 중세의 예루살렘, 콘스탄티노플 등 서양 도시들은 물론이고 중국의 카이펑(開封), 말레이시아의 말라카(믈라카), 일본의 에도와 나가사키, 인도의 고야 등 세계사에서 중요한 대도시들이 빠짐없이 담겨 있다.

영국 엑서터대 역사학과 교수로 유럽 정치·군사사와 지도 전문가인 저자는 “도시는 희망과 꿈의 장소이자 비전과 질서의 장소이며, 또한 파괴와 갈등의 중심”이라고 했다.

책은 지도가 당대의 세계관을 어떻게 드러내고, 최신 기술과 결합해왔는지 보여준다. 일례로 멕시코 고원에 살던 아즈텍 사람들이 호수 안의 섬에 건설한 도시 테노치티틀란의 지도에는 도시 건설의 역사와 창건 신화, 도시의 구획이 추상화돼 담겼다. 문헌학자인 김시덕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 교수는 “서양 문화사를 소개하는 것을 넘어 대도시 운영의 전략 지침을 주는 책”이라고 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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