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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승정원일기’ 같은 진솔한 기록물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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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1-03-10 00:00 조회1,39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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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진기자의 冊갈피] ‘승정원일기’ 같은 진솔한 기록물을 보고 싶다



자서전이나 전기가 베스트셀러 대열에 오르기란 쉽지 않다. 진솔한
고백보다는 지나친 미화나 사실 왜곡 등 자화자찬이 많기 때문이다.



올해 초강력 베스트셀러인 한비야의 ‘그건 사랑이었네’는 실패한 첫사랑을 고백하는 등 내밀한 일기장을 그대로 옮겨놓아 적잖은
사람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이순신의 ‘난중일기’와 김구의 ‘백범일지’도 거창내용보다는 소소한 생활상을 가감 없이 실어 우리나라 전기문학의 고전으로 평가받고 있다.



서양에서도 고대 철학자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이나 나치 치하에서 2년 동안 숨죽이며 기록한 안네 프랑크의 ‘안네의 일기’, 그리고 러시아 대학 강사에서 오스트리아로 이주한 뒤 경비원으로 일하던 작가 블라디미르 니키포로프의 ‘어느 야간 경비원의 일기’는 그 진솔함으로 시공을 초월해 꾸준히 읽히고 있다.



기록문화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우리 민족이 자랑스러워하는 것 중의 하나가 ‘조선왕조실록’이다. 조선조 500년 역사를 연대기 순으로 정리한 것으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이기도 하다. 그런데 실록은 시정기(時政記)나 사초(史草) 등을 토대로 편집자들이 취사선택하여 가공한 2차 자료로 인쇄본이다. 실록의 1차 사료는 왕의 비서실 역할을 하던 승정원에서 작성한 ‘승정원일기’다. 국보 제303호이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이기도 한 ‘승정원일기’는 당시의 상황을 현장에서 바로 기록한 초서체 필사본이다.



‘승정원일기’는 왕에게 올라가는 보고와 결재
사항을 자세히 기록했을뿐더러 날씨에서 국왕이 새벽에 기침하여 하루 동안 진행한 갖가지 일들, 즉 임금의 거처와 거둥(나들이), 경연과 신료 접견, 각종 회의와 지방에서 올라온 상소 등 모든 내용을 격식에 맞춰 정리했다.



나이가 차도 결혼하지 못한 사람의 기준을 몇 살로 정함이 좋겠는가?”(영조)/ “남자는 30세로 하고, 여자는 25세로 해야 합니다.”(선혜청 당상 민백상)/ “남자는 30세가 좋을 듯하나, 여자를 25세로 하는 것은 너무 늦어 23세로 함이 좋겠습니다.”(좌의정 김상로)/ “그러면 남자는 30세로, 여자는 23세로 하는 것이 좋겠다.”(영조)



‘승정원일기’ 영조 33년(1757) 2월 5일의 기록으로 나이가 차도 결혼하지 못하는 자를 지원할
대책을 토론하는 모습이 마치 국회 속기록을 읽는 듯 생생하다.



‘승정원일기’는 조선 초기부터 작성되기 시작하여 1910년 패망까지 장장 500여 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기록했으나, 임진왜란과 이괄의 난 때 불타버려 광해군 이전의 것은
남아 있지 않다.



현재 남아있는 것은 288년 동안의 기록으로 3245책, 2억4250만자다. 이는 실록의 5배 정도 분량이며, 중국에서
가장 방대한 역사기록물 ‘명실록’(明實錄·2964책, 1600만자)보다도 훨씬 분량이 많다. 조선조 관료들은 국정을 운영할 때도, 실록을 편찬할 때도, 개인적 송사나 문집을 낼 때도 ‘승정원일기’를 뒤적였다.



최근 출간된 ‘승정원일기, 소통의 정치를 논하다’(박홍갑·이근호·최재복 지음, 산처럼)는 조선시대
기록문화의 꽃인 ‘승정원일기’를 소개하는 첫 대중서라는 데 의미가 있다.



연말연시를 맞아 정치인들의 자서전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과연 꾸미지 않은 진솔한 내용이 얼마나 담겼을지 의문이다.



조정진 기자
jjj@segye.com





**기사 링크 www.segye.com/Articles/NEWS/CULTURE/Article.a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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