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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뜨겁고 붉게 살다 간 로자/혁명적 사회주의자 로자 룩셈부르크의 삶과 사상 생생히 그린 만화 입문서 <레드 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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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6-08-03 00:00 조회1,64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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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에 20년째 꽂혀 있는 <로자 룩셈부르크>(책갈피 펴냄, 1993년 판본)의 표지 색깔은 붉다. 강렬한 빨강이다. 책에서 “맑스 이후 최고의 사상가”라고 치켜세운 혁명적 사회주의자 로자 룩셈부르크의 심장, 정열, 의지 그리고 불꽃 같은 삶을 표현하는 데 사실 ‘빨강’보다 잘 어울리는 색깔도 없다.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 지도자 토니 클리프가 지은 이 얇은 입문서는 로자의 삶보다 사상에 초점을 맞췄다. 로자의 어린 시절은 ‘1871년 3월5일 자모시치라는 폴란드의 소도시에서 태어났다’고만 짧게 언급한다. 연애 이야기도 등장하지 않는다.

손에 잡힐 듯한 표정과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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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로자: 만화로 보는 로자 룩셈부르크> 케이트 에번스 글·그림, 폴 불 편집, 박경선 옮김, 산처럼 펴냄, 1만6800원
그 뒤 20년 사이 로자 룩셈부르크의 생애를 다룬 여러 권의 책이 국내에서 출판됐다. 남녀 차별을 견뎌내며 혁명가로 살았던 여성, 러시아의 식민지였던 폴란드 출신에 유대인, 선천성 관절염으로 평생 절뚝거리며 걸어야 했던 장애인. 사상만이 아니라 로자가 소수자로서 겪은 삶이 책에 담겼다. 로자의 흑백 얼굴 사진들이 표지로 등장했다. 입을 앙다문 로자의 사진은 하나같이 무표정하다.

지난 3월 출간된 <레드 로자>는 지금까지 나온 로자 룩셈부르크 관련 책 가운데 가장 특별하고, 표정이 살아 있다. 우선 제목부터 대놓고 ‘레드’(빨강)다. ‘붉은 장미’처럼 살다 간 로자의 일대기를 그리겠다는 의지가 묻어나는 제목이다.

표지도 강렬하다. 고개를 숙인 채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 로자의 검은 머리카락 위로 개미 같은 군인들의 행렬이 이어지고, 불꽃 튀는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 파리코뮌이 일어난 1871년에 태어나 1905년 러시아혁명, 1914년 제1차 세계대전이라는 역사의 소용돌이 한복판에 서 있던 로자의 삶과 고뇌가 느껴지는 표지다.

제목이나 표지의 강렬함에 주눅 들 필요는 없다. <레드 로자>는 가장 쉽고 편안하게 뽑아들 만한 로자 룩셈부르크 입문서다. 만화이기 때문이다.

영국 만화가 케이트 에번스가 그렸고, 전 브라운대학 교수인 폴 불이 편집했다. 만화로 그려진 로자 룩셈부르크의 삶은 손에 잡힐 듯 생생하다. 고슴도치 같은 머리카락을 가진 갓난아기 때 모습이나, 5살 때 묵직한 석고 붕대로 두 다리를 고정하는 처치를 받는 모습, 코르셋 입기를 거부하는 모습 등은 만화가 아니었다면 이처럼 사실적으로 그려내지 못했을 테다.

특히 여성 만화가는 남녀 차별, 낡은 사회주의와 맞서 싸우는 ‘여성’ 로자를 재현하는 데 많은 공을 들였다. 로자의 얼굴에는 때론 유머러스한, 때론 심각한, 때론 아련한 표정이 살아 있다. 오랜 연인이던 레오 요기헤스, 절친한 친구 클라라의 아들인 코스티아 체트킨 등과의 뜨거운 애정 행각을 표현하는 데도 거침없다.


저서·편지·메모 꼼꼼히 살핀 결과물

15살 어린 나이에 사회주의운동에 동참한 로자는 1919년 고문 뒤 총살당해 숨질 때까지 자신의 삶을 온전히 사회주의혁명에 바쳤다. <레드 로자>에는 로자가 카를 마르크스의 <자본>을 해설하는 모습 등이 마치 강의하듯 자세히 묘사돼 있다. <사회 개혁이냐, 혁명이냐> <대중파업론> <자본의 축적> 등 로자의 저작은 물론이고 로자가 친구들과 주고받은 편지, 메모까지 꼼꼼하게 살핀 결과물이다. 34쪽에 이르는 주석을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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