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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신문] [신간 │레드 로자] 20세기 가장 비타협적 혁명가 로자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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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6-04-04 00:00 조회1,27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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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물질은 운동한다." 대학 신입생 시절 '모든 물질은 질량을 갖고 있으며, 물질은 항상 변화한다'는 말을 반복해 들었다. 유물론을 배운 이들은 저항의 표현으로 쓰였던 운동이 일부 '권' 학생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구성원들의 당연한 요구여야 한다는 논리로 연결시켰다. 인간과 사회의 운동이 기성체제에 대한 저항과 되새김의 산물이란 말로 들렸다. 그 체제가 국왕이 있는 왕국이든, 독재국가든, 혁명을 통해 지도자가 이끄는 공화국이든, 내부에는 운동이 있기 마련이란 것이다.

그녀의 삶이 정확이 이랬다. 1871년 유복한 유대계 폴란드인으로 태어난 로자는 유럽 사회주의 운동사의 한 복판에서 살다 갔다. '레드 로자'의 해제자인 장석준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기획위원은 "로자의 동년배 유럽인들 사이에서는 사회주의자가 된다는 게 그다지 드문 일이 아니었다"고 했다. 20세기를 앞두고 움트기 시작한 사회주의 운동이 유럽 각국을 휩쓸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로자의 삶이 튀는 것은 참정권이 없는 시대의 여성이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물론 그녀는 유대계에 장애까지 갖고 있어 눈길을 끌긴 했다. 그러나 그녀의 이름이 빛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기성체제에 끊임없이 도전하는 '운동가' 였다는 점이다. 경제학을 공부한 그녀는 유럽 각지를 돌면서 자신의 삶을 사회주의 활동가로 변경한다. 독일사회민주당의 핵심이론가로 성장한 후 당의 우경화 노선을 막기 위해 주류와 싸웠다. 독일사민당이 1차 세계대전을 위한 전쟁예산을 승인하자 이에 맞섰다. "만국의 노동자는 평화시기에만 단결하고, 전쟁에선 다른 노동자의 목을 베야 하는가"라고 울부짖었다. 또 사회주의 강령을 버리고 의회주의로 전환하려는 베른슈타인과의 '수정주의 논쟁'에선 물러섬없는 원칙주의자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낸다. 맑스의 '자본' 이후 자본주의의 극단적 확대를 다룬 '자본의 축적'을 정리한 대목은 만화 특유의 가독성이 빛나는 장이다. 무엇보다 동지라 불렸던 이들의 손에 그녀가 학살당하기까지의 과정은 적잖은 충격이다. 전쟁의 공포와 혁명전야의 기대감을 편지와 팜플릿을 통해 다큐멘터리로 전했던 로자의 그것과 비교될 만하다는 생각도 갖게 했다. 1917년 러시아 볼세비키 혁명 후 레닌이 이끄는 러시아는 노동자평의회의 집권을 거부하고 야당의 존재를 부정하는 '국가사회주의'의 길을 간다. 체제에 순응하는 순간 운동가의 삶은 멈춘다고 여긴 것일까. 그녀는 레닌에 대한 공격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1918년 독일에 불어닥친 사회주의 혁명으로 독일사민당은 집권세력이 됐지만 주류세력이 군부와 결탁, 노동대중의 전진을 가로막는다. 주저앉아 지켜볼 로자가 아니었다. 그녀는 결국 1919년 1월15일 불꽃같은 삶을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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