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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인류의 진화는 소통의 역사…『모험과 교류의 문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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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5-08-04 00:00 조회1,28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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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과 교류의 문명사/ 주경철 지음/ 산처럼 펴냄

인간이 자연 생태계에서 최상위 포식자일 것이라는 고정관념과 달리, 아주 오랜 옛날 아프리카 초원 지대에서 시작된 인류는 초식동물에 가까운 ´중간 이하´의 지위에 불과했다. 이런 인류가 급기야 자연환경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발전해 지구를 장악하게 됐다. 이렇게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인간은 다른 동물처럼 유전자의 진화를 통해 자연에 적응해 간 게 아니라 문명과 문화의 누적을 통해 자연을 통제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인류가 머리가 좋고 재주가 많아도 한 세대와 한 집단의 성취물들이 누적되고 전달되지 않으면 항상 제자리걸음을 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큰 맥락에서 보자면, 인류의 역사는 전 지구적인 소통과 교류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에서 저자 주경철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는 다양한 자료를 섭렵하며 역사적 사건들을 다각도로 짚어보고, 기존의 역사적 통설을 뒤집거나 다시 생각할 여지를 주어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하고 있다. 1만 년 전부터 농경을 시작하고 문화 발전을 이루면서 지식과 정보, 지혜의 교류가 본격화된 것이 인류 역사를 수놓은 결정적인 요인이다. 하지만 고고학적 연구에 따르면 농경의 시작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는 다를 수 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농경이 발명되고 그에 따라 도구가 개선되고 토기가 나오는 등의 발전이 이루어진 다음, 이런 발전의 패키지가 주변 지역으로 확산됐으리라는 것이 지금까지의 이해였다. 그러나 실제로는 물질적인 변화 이전에 문화적 변화가 더 중요한 요인이어서, 논밭이라는 인공자연이 형성되자 인간의 삶을 전체적으로 통제하는 신이라는 개념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신으로 대변되는 질서와 규칙이 정립되고 언어로 후세에 전달하는 단계가 되어야 문화와 문명이 비로소 존립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문명 발전의 성과들은 서로 어떻게 전해지고 수용됐으며, 어떤 효과를 가져왔을까. 인간은 상인이나 전사(戰士) 또는 모험가나 해적이 되어 전 세계의 땅과 바다를 누비고 다녔다. 그리고 인간만이 아니라 동물과 식물, 특히 다양한 작물들이 다른 대륙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병원균까지 전 지구적 차원으로 이동했다. 심지어 성스러움의 물질적 근거물인 성유물들도 수출입되어 인간 내면의 심성에 영향을 미쳤다.


<면화> 이야기만 하더라도 인류 역사의 역동성을 엿볼 수 있다. 면을 알지 못하는 문명은 없었다. 다만, 유럽만 면화를 재배하지 못했던 탓에 가장 늦게 면을 알았다. 인도에서는 손재주 좋은 직조공들이 수천 년 이어온 전통에 따라 기가 막힌 직물을 제조하고 있었고, 유럽 상인들이 이것을 수입해왔다. 이게 유럽의 산업과 일상에 충격을 줘 방치하면 모직물이나 마직물 산업이 몰락할 지경이 됐다. 해결 방안으로 인도의 면직물 수입을 금지하든지, 아니면 자체 생산을 해야 했는데, 영국이 자체 생산의 길을 선택하면서 산업혁명을 시작하게 됐다. 결국 기계의 생산에 밀려 세계 최고 최대 면직물 제조 국가인 인도마저 영국산 직물을 수입하는 나라로 전락했다.


<가시관>은 예수가 십자가형을 당할 때 로마 병사들이 예수의 머리에 씌웠다고 성서에 기록되어 있다. 프랑스 가톨릭교회에 의하면, 이 가시관은 실물 그대로 노트르담대성당에 보존되어 있다. 매달 첫 번째 금요일 오후 3시에 공개돼 신자들이 경배 의례를 펼치고 있다. 또 가시들 중 일부는 유럽 여러 지역에 선사됐는데, 그중 하나가 영국 대영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다. 정치권력이 이런 성유물 수집에 열심인 이유는 정치의 정당성이 종교적 성스러움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성유물을 통해, 국왕은 이 세상에서 하느님의 뜻을 잘 지키기 위해 정치권력을 부여받은 하느님의 지상 대리인이 되는 셈이다.


이 밖에도 <소> <말> <염료> <포도주> <장건의 서역 출사> <소그드인> <바이킹> <페스트> <콜레라> <백색노예> <파나마운하> 등을 소재로 흥미진진한 인류의 소통과 교류의 역사가 펼쳐진다. 특히 책 전체에 걸쳐 130여 컷에 달하는 컬러 도판은 활기찬 문명사를 더욱 생생하게 전해준다. 326쪽, 1만8천원



석민 기자 sukm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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