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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북리뷰] 모험과 교류의 문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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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5-05-18 00:00 조회1,23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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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경철 지음|산처럼|326쪽|1만8000원



유럽의 대항해 시대 연구서로 이름난 서양사학자인 저자는 일반인을 위한 교양 역사서도 이따금 써왔다. 이 책 역시 사례 중심으로 이야기를 진행해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다만, 제목을 보고 탐험가와 상인, 혹은 해적들의 이야기를 떠올렸다면 기대와 약간 어긋날 수도 있다. 저자는 사람 외에도 동물과 음식, 때로는 질병이 어떻게 이동하고 사회에 영향을 미쳤는지 추적한다.



아메리카 대륙에 거주하던 말들은 약 1만3000년에서 1만4000년 전, 해수면이 하강해 베링해협의 바닥이 드러나면서 아시아와 유럽으로 퍼져 나갔다. 말들은 새로운 땅에서 번성했지만, 정작 아메리카 대륙에 남은 말들은 멸종했다.



말을 한동안 식량으로 이용하던 인류는 곧 말이 군사적으로 유용한 동물임을 발견했다. 이후 이슬람교의 성장, 몽골 제국의 성립, 알렉산더 대왕의 원정에서 기병대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말들의 고향인 아메리카 대륙을 점령한 것도 기병의 힘이었다. 잉카제국을 점령한 피사로의 군대는 고작 106명의 보병과 62명의 기병뿐이었다. 말을 처음 본 주민들은 이를 지옥의 괴물로 여겼고, 피사로의 군대는 쉽게 제국을 점령했다.



더 맛있는 음식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전 세계적인 피해를 불러오기도 했다. 그리스 시대부터 포도주는 유럽의 중요한 무역품이었다. 포도 재배에 적합한 지역이 적었기 때문에 좋은 포도주의 가격은 높을 수밖에 없었다.



자연히 새로운 지역에서 포도를 키워보려는 도전자들이 나타났다. 캘리포니아의 아고스톤 하라슈티라는 사람은 신대륙에서 유럽의 포도나무를 키우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그의 포도와 함께 예상치 못한 것들도 유럽으로 건너갔다.



먼저 1851년 유럽에 상륙한 흰 곰팡이는 ´오이듐´이라는 병을 일으켜 포도주의 양과 품질을 떨어뜨렸다. 이 때문에 유럽 국가들의 포도주 생산량은 2억리터가 감소했다. 이 피해는 20년이나 지속됐다.





책 제목에 걸맞게 세계를 직접 돌아본 모험가들의 이야기도 나온다.



한나라의 장건은 흉노족에 대항할 동맹 세력을 찾기 위해 현재의 페르시아, 중앙아시아 지역까지 돌아보고 자세한 보고서를 작성했다. 직접 보지 않고 소문만으로 작성한 내용도 있어 틀린 부분도 많지만, 중국 안에 중국 너머의 세상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영국 런던의 국립초상화갤러리에는 윌리엄 댐피어라는 해적의 초상화가 전시돼 있다. 댐피어는 본업인 해적으로서는 크게 성공하지 못했지만, 해적 생활 틈틈히 집필한 세 권의 여행기는 크게 인기를 끌었다. 그가 작성한 여행기는 ´로빈슨 크루소´ ´걸리버 여행기´ 같은 문학 작품에 영감을 줬다고 전해진다.



때로는 부족 전체가 긴 여행을 떠나 문화 교류를 실현하기도 했다. 우리가 흔히 해적이나 약탈자로 알고 있는 바이킹들은 때로 상인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남쪽으로는 지중해, 서쪽으로는 아메리카 대륙까지 갔고, 남동쪽으로는 러시아를 지나 비잔티움 제국까지 뻗어 갔다. 이동로 중간에 만들어진 거점에서는 바이킹들의 고향인 스칸디나비아의 유물들이 발견된다.



서로 다른 문화권 사이에 교역로가 이어지면서 질병의 전파도 빨라졌다. 1331년 중국에서 페스트가 퍼지면서 1억2500만명이던 인구가 9000만명까지 감소했다. 페스트는 교역로를 따라 이웃 지방으로 퍼져 나갔고, 1347년 유럽에 상륙했다. 노르망디 지방의 인구는 1340년부터 1460년까지 인구의 70%가 감소했고, 독일 지역에서는 페스트 발생 이후 4만 개의 마을이 사라졌다.



이 밖에 면화와 염료, 미국의 대륙횡단 철도와 파나마 운하 등 20개 항목을 통해 인간이 무엇 때문에 교류하려 했고 실제로 어떻게 연결됐는지 확인할 수 있다.



정용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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