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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소와 말, 면화와 포도주 … 인류 문명의 원동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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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5-04-27 00:00 조회1,23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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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과 교류의 문명사

주경철 지음, 산처럼

328쪽, 1만8000원



인류의 조상이라 할 수 있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말하자면 생태계의 ‘쭈구리’였다. 뛰어난 사냥능력을 지닌 육식동물 사이에서 기를 펴지 못하고, 다른 동물들이 잡아먹고 남은 사체를 몰래 집어가 뜯어먹으며 살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생인류 역시 자연 생태계에서 중간 이하의 존재에 불과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인간은 생태계의 최강자 자리에 올랐고, 이미 1만 년 전 남극 대륙을 제외한 지구 전역을 장악했다. 이 놀라운 신분상승의 이유는 뭘까.



『문화로 읽는 세계사』 『문명과 바다』 등을 쓴 주경철(55)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는 ‘누적’과 ‘교류’라는 답을 내놓는다. 아무리 종(種)이 우수하고 재주가 많아도 한 세대와 집단의 성취물이 누적, 전달되지 않으면 매번 제자리걸음을 할 수밖에 없다. 인류는 1만 년 전 농경을 시작하면서 지식과 정보, 지혜의 교류를 본격화한다. 따라서 인류의 역사는 “전 지구적인 소통과 교류의 역사”다.



문명의 이동 과정에서 ‘말’은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슬람교는 성립된 후 단기간에 아라비아로부터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북부까지 퍼져 나갔는데 이는 군사력을 앞세운 기병대의 힘이 컸다.



잉카제국을 멸망시킨 것도 말이었다. 1532년 잉카제국의 쿠스코에 도착한 피사로의 군대는 고작 106명의 보병과 62명의 기병뿐이었다. 전략도 나팔을 불고 말에 딸랑이를 매달아 소리를 내며 기습공격을 감행한다는 것 정도였다. 하지만 말을 처음 본 주민들은 이를 지옥에서 온 괴물로 여겨 혼비백산했고, 피사로의 군대는 쉽게 제국을 점령할 수 있었다.



책은 이처럼 소와 말, 면화와 포도주를 비롯해 페스트·콜레라·노예 등 20개의 주제를 중심으로 인류 문명의 주요 성과가 어떻게 전해지고 수용되었는지, 어떤 효과를 가져왔는지 살핀다. 이와 함께 비단길의 초기 전성기를 이끈 상인민족 소그드인, 몽골제국으로 들어간 최초의 선교사이자 스파이인 지오바니 데 피아노 카르피니 등 문명 교류사의 결정적 인물을 소개한다.



유럽의 해상 도적떼 정도로만 생각했던 바이킹이 실은 아시아 지역까지 진출했고, 러시아 국가 성립과정에도 관여했다는 등 기존의 상식을 뒤집는 내용도 많다. 1만 년 인류역사를 흥미로운 이야기 중심으로 보기 좋게 직조한 일반인을 위한 교양서다.





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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