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언론보도

[중앙일보] 중국의 차를 훔쳐라 … 영국인의 별난 탐험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5-03-09 00:00 조회1,318회 댓글0건

본문



초목전쟁

세라 로즈 지음

이재황 옮김, 산처럼

320쪽, 1만5000원



하나의 문명이 우연히 다른 세계로 전파되는 경우가 있다. 우연히 접했지만 영국인의 필수품이 된 차(茶)가 그랬다. 차는 1660년대 포르투갈 공주가 영국의 찰스 2세에 시집오면서 가져온 혼수품이다. 즉각 상류층에 인기를 끌면서 대중의 기호품이 됐다. 정수 시설이 없어 물 대신 맥주를 마시던 시절이었다. 맥주 대신 마시게 된 차는 만병통치약으로 알려졌다. 책은 차를 구하기 위한 영국인의 중국 탐험기다. 식물학자 로버트 포천(1812~1880)은 차 씨앗은 물론 재배를 위한 모든 기술을 빼내라는 미션을 정부로부터 받고 중국 곳곳을 누빈다.



때는 대략 1800년대 중반, 제1차 아편 전쟁 이후 영국의 지배력이 커지고 있었다. 하지만 중국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항구 몇 개만 개방했을 뿐, 영국이 그토록 알고 싶어하는 차와 관련해선 독점적인 지위를 놓지 않았다. 마침내 영국은 식민지 인도에 직접 차를 재배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중국의 차 재배지와 비슷한 기후와 토양을 가진 인도 서북 변경의 산지를 차밭으로 낙점하고 포천을 중국으로 보낸다.



사실 포천은 영국이 파견한 공식적인 도둑이었다. 오늘로 따지면 산업 스파이다. 중국 사람처럼 보이기 위해 변발까지 하고 내륙 지방 깊숙이 침투하는 그를 보고 있자니 영화 ‘미션 임파서블’이 떠오른다. 중국인 특유의 ‘쥐어짜기(모든 거래에서 자기 몫 챙기는 것)’와 ‘관시(關系·관계)’에 쩔쩔매면서 그는 차뿐 아니라 초목 수집에 열중한다. 당시 영국에서는 정원 가꾸기가 한창 유행했고 이색적인 초목의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었다. 초목은 곧 그에게 돈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차 재배지에 도착한 포천은 차를 가공할 때 페로시안화철(청색안료)을 넣는 걸 보고 기겁한다. 외국인들이 이 안료를 섞은 진한 녹색 차를 좋아하기에 한 조치였다. “중국인들이 서양 원주민을 야만족이라고 생각했던 것도 당연하다”는 게 포천의 소감이다. 기자 출신의 저자가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초목전쟁의 역사를 소설처럼 풀었다.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