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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신문] ‘홍차의 나라’ 영국판 문익점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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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5-03-06 00:00 조회1,41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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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는 전 세계 희귀식물들을 볼 수 있는 식물원이 많다. 왜 그럴까? 우선 유럽 군주들이 전 세계에서 수집한 이국적인 식물을 대중에게 보여줌으로써 식민지 확보 전쟁에서 거둔 승리를 홍보하는 효과가 있는 것이다. 또 다른 의도도 엿보인다. 식물원은 단순한 승리의 월계관을 넘어 식물자원 확보를 경제적 이익으로 바꾸는 매개체 구실을 했던 것이다.



< 초목전쟁>은 서양 열강의 중국 침탈기인 19세기에 영국과 중국이 벌인 ‘초목전쟁’ 이야기다. 영국은 인도를 식민지화한 뒤 그곳에서 아편을 만들어 중국에 팔았다. 그러다가 이 불법 행위를 통제하려는 중국과 충돌해 아편전쟁을 일으켰다.



영국이 전쟁을 벌이면서까지 아편 판매에 집착한 것은 그 자체가 수익성이 높은 사업이기도 했지만, 그런 벌이가 없어진다면 막대한 양의 차를 중국으로부터 수입하고 그 대금을 치를 다른 방도를 마련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양국이 교환하던 상품들인 차와 아편은 각기 동백나무와 양귀비라는 두 가지 식물로부터 만들어지는 것이어서, 두 나라 사이의 전쟁은 이들 초목을 둘러싼 전쟁이었다.



이 책에서는 제1차 아편전쟁 뒤 영국이 식물 채집자이자 스파이인 로버트 포천은 변발을 하고 중국 차산지로 들어가 파견하여 차나무를 빼내오는 과정을 드라마틱하게 다룬다. 또한 차 재배가 정착하면서 영국이 홍차의 나라가 되기까지의 이야기도 그리고 있다.



중국 원산인 차가 지금은 영국령이었던 인도에서 대대적으로 재배되는 것은 음식의 역사일까. 경제의 역사일까. 제국주의의 역사일까. 분명한 것은 차가 서세동점이 가져온 생물자원 수탈이라는 거대한 그림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그 당시 영국의 산업 변화나 식문화 등도 자세히 소개하고 있지만 중국 차산지의 상황과 자연 풍광, 그리고 19세기 중국의 정세와 사회 풍속 등을 영국인이라는 낯선 서구인의 시선으로 흥미진진하게 펼쳐 보인다.



세라 로즈 지음. 이재황 옮김. 산처럼. 정가 1만 5000원.





연규범 기자 ygb@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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