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책의 향기]20세기 이데올로기는 어떤 역사를 만들어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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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이데올로기/윌리 톰슨 지음·전경훈 옮김/584쪽·2만8000원·산처럼
모든 이데올로기는 해방을 약속한다. 심지어 파시즘마저 그렇다. 파시즘은 대중이 겪는 고통의 원인으로 희생양을 지목하고 복수를 약속한다. 자아는 이 집단에 ‘자아를 담금으로써’ 자기실현을 할 수 있다고 선전된다. 책은 제1차 세계대전부터 소비에트의 붕괴까지 에릭 홉스봄이 ‘짧은 20세기’라고 부른 1914년부터 1991년까지의 이데올로기가 세계사 속에서 어떻게 전개됐고, 역사를 만들어 나갔는지 담았다.
자유주의, 보수주의, 공산주의, 파시즘 등 네 가지 이데올로기가 주제다. 사실 이데올로기 내부에도 좌익과 우익이 있고, ‘왼쪽의 오른쪽과 오른쪽의 왼쪽’ 같은 것은 서로 비슷하고 때로 섞이기 마련이다. 1, 2차 세계대전 사이 영국 보수주의 내부의 지배층은 우익 자유주의자들과 거의 구분되지 않았고, 노동당의 영국 사회민주주의자도 좌익 자유주의자와 구분되지 않았다. 저자는 “그럼에도 각 이데올로기의 추종자들을 구분하는 특징들이 있다”고 했다.
책 내용은 유럽과 아메리카의 비중이 높지만 동아시아에 대한 서술도 있다. 북한에 대해서는 ‘스탈린 숭배가 오히려 정상으로 보일 정도로’ 터무니없는 숭배를 했다고, 중국은 관료주의적 독재국가로 남아있지만 자본주의 기반 확장에 따라 자유주의 이데올로기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저자는 스코틀랜드 출신 역사학자로 글래스고 캘리도니언대에서 현대사 교수로 일했다. 에릭 홉스봄, E P 톰슨 등의 명맥을 잇고 싶다는 저자는 “오늘날 신자유주의의 틀 안에서 강렬한 이데올로기적 경쟁과 혼돈이 일고 있다”고 봤다. 이데올로기라는 추상화와 역사라는 구상화 양자 모두가 꼼꼼히 그려진 책이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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