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경향][북리뷰]한국통 미국 외교관이 본 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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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미주의로 보는 한국 현대사
데이비드 스트라우브 저·김수빈 역 박태균 해제·산처럼·2만원
1976년부터 미국 국무부에서 외교관으로 일하기 시작한 데이비드 스트라우브의 주된 활동무대는 한국과 일본, 특히 한국이었다. 1979년 한국에 부임한 그는 서울 출신의 한국인 여성과 결혼했고, 1984년부터 1986년까지, 그리고 1996년부터 1998년까지 국무부 한국과에서 일했다. 마지막으로 2002년부터 2004년까지는 한국과장직을 역임했다. 이른바 ‘한국통’이라는 뜻이다.
그런 그가 2015년 첫 책을 썼다. 그런데 그 주제가 다름아닌 ‘반미주의’다. 그 어떤 미국인보다 한국에 대해 잘 알고 있는 한국통 외교관의 눈으로 1999년부터 2002년까지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구었던 반미주의의 열풍을 되짚어본 것이다.
일차적으로 미국인 독자를 염두에 두고 쓴 책이지만, 저자는 “특히 미국에 대한 한국인의 분노가 극에 달했던 1999년부터 2002년까지 미국 관료들이 이를 어떻게 생각했는지 ‘내부 정보’를 읽고 싶다면 이 책은 큰 도움이 될 것”이며 “당시 미국의 생각을 알게 되면 십중팔구 깜짝 놀랄 것”이라고 한국어판 서문을 통해 예고한다. 왜냐하면 “한국 언론은 이를 이해하지 못했고, 거의 보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6쪽)
기억을 더듬어보자. 그 시절 한국인들은 외환위기를 극복하고 월드컵 16강 진출을 넘어 ‘4강 신화’를 달성했다는 자부심에 가득차 있었다. 그런데 그와 같은 승리의 서사는 “한국인들이 자국의 역사를 특히 근대사를 열강들의 손아귀에서 희생양이 되어온 역사로 인식”(277쪽)하는, 말하자면 ‘희생양 내러티브’를 대체하지 못했다. 오히려 희생양 내러티브는 더욱 강화되었다. 스트라우브의 회고에 따르면 “1999~2002년에 미국은 한국의 모든 역사적 가해자를 상징하는 것 같았다.”(31쪽)
진보진영에서 익숙한 세계관에 따르면 실로 그러하다. 미국은 ‘에치슨 라인’을 설정하여 북한의 침략을 유발했다. 실제로는 ‘한반도 포기 선언’을 한 적 없지만 대체로 그렇게 알려져 있다. 미국은 5·18 광주 민주항쟁 당시 전두환의 학살을 수수방관했다. 미국대사관이 백방으로 노력하여 사태를 파악하고 외교적 압력을 가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까맣게 잊혀졌다. 1999년부터 2002년까지 희생양 내러티브는 더욱 심화되었다. 당시 한국인에게 미국이란 노근리에서 의도적으로 민간인을 학살하고, 한강에 포름알데히드를 버려서 서울시민들의 건강을 위협하며, 쇼트트랙 금메달을 빼앗아가고, 두 명의 여중생을 군용장갑차로 치여 죽인 후 사과하지 않는 오만방자한 폭력의 제국이었다. 저자는 이 모든 사안이 왜곡되었거나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단정지을 수 없다고 충실한 레퍼런스를 제시하며 반박한다.
<반미주의로 보는 한국 현대사>는 미국인들에게 ‘불편한 진실’을 일깨워주는 책이다. 현재, 대한민국에는 “미국 또는 미국 시민이 한 것과 하지 않은 것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상당 부분 기반으로 한, 미국 전체에 대한 적의의 표출”(294쪽)이 존재한다. 반미주의는 언제라도 되살아날 수 있다.
이 책은 ‘참여정부 1기’ 출범 무렵의 한국을 바라보던 미국의 시각을 제공해준다. 사드 배치와 관련된 논란이 일고 있는 지금, 우리 모두 진지하게 읽어볼 필요가 있는 책이다. 물론 “미국의 관점에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여전히 미국의 관점을 아는 것이 유용하리라 생각한다.”(7쪽)
< 노정태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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