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트렌드 돋보기]DJ의 책, 문 대통령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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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7-06-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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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수웅 문화부 차장
책 담당 기자인 만큼, 오늘은 세 권의 책 이야기다.
첫 책은 엊그제 100쇄 특별판이 나온 작가 김훈의 장편소설 '남한산성'. 200자 원고지 120장 분량의 '못다 한 말'을 작가가 새로 썼는데, 새겨 읽을 에피소드가 있었다. 퇴임한 김대중 전 대통령과 작가 김훈이 우연히 목포발 용산행 KTX 열차를 함께 타게 됐고, 이를 알게 된 김 대통령이 아홉 칸 건너에 있던 작가를 불러 마주 앉았다는 것이다. 초면이었다. 구석구석까지 '남한산성'을 다 읽은 듯한 대통령이 물었다. "김 작가는 김상헌과 최명길 둘 중에 누구 편이시오." "작가는 누구의 편도 아닙니다." 노(老) 대통령은 "나는 최명길을 긍정하오. 이건 김상헌을 부정한다는 말은 아니오"라고 했다.
첫 책은 엊그제 100쇄 특별판이 나온 작가 김훈의 장편소설 '남한산성'. 200자 원고지 120장 분량의 '못다 한 말'을 작가가 새로 썼는데, 새겨 읽을 에피소드가 있었다. 퇴임한 김대중 전 대통령과 작가 김훈이 우연히 목포발 용산행 KTX 열차를 함께 타게 됐고, 이를 알게 된 김 대통령이 아홉 칸 건너에 있던 작가를 불러 마주 앉았다는 것이다. 초면이었다. 구석구석까지 '남한산성'을 다 읽은 듯한 대통령이 물었다. "김 작가는 김상헌과 최명길 둘 중에 누구 편이시오." "작가는 누구의 편도 아닙니다." 노(老) 대통령은 "나는 최명길을 긍정하오. 이건 김상헌을 부정한다는 말은 아니오"라고 했다.
한국사를 통해 우리는 죽더라도 청과 싸워야 한다던 척화파 김상헌과, 머리 숙이더라도 백성 먼저 살리자는 주화파 최명길의 이름을 알고 있다. '불굴의 민주투사'가 이념보다 실리를 중시한 최명길을 높이 평가한다는 고백에 놀랐지만, 작가는 조용히 듣기만 했다고 썼다.
두 번째 책은 주한 미국대사관 정치과장을 지내는 등 40년 넘게 한국 전문가로 일한 데이비드 스트라우브(63)의 '반미주의로 보는 한국 현대사'. 지난 2월 출간 당시에도 언급했지만, 미국 관료들이 한국의 반미 감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예외적 내부 증언이다. 우리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는 가수 '싸이'의 사례를 든다. '강남스타일'로 세계적 스타로 발돋움하던 2012년, 싸이는 미국에서 사과문을 발표했다. 2004년의 국내 공연에서 "미국인을 죽여라"는 취지의 노래를 부른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기 때문이다. 육두문자 범벅이던 싸이의 노래 '디어 아메리카(Dear America)'는, 이라크 병사를 고문한 미군뿐만 아니라 그 자식과 부모와 며느리까지도 '천천히 고통스럽게' 죽이라는 내용이었다. 부친이 6·25에 참전했고, 한국인 아내를 둔 친한파 외교관은 건조하게 쓴다. 미군이 한국에 남아있는 게 순전히 미국의 이해관계 때문이라고 믿는다면, 그건 착각이라고. 만일 미국이 한국 국민에게 진실로 거부당한다면 미국이 한국에서 철수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며, 피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마지막은 문재인 대통령의 책이다. 지난달 대선 직전, 각 당 후보들에게 '내 인생의 책'을 물었다. 문 후보는 운동권의 '사상의 은사(恩師)'로 불렸던 리영희의 '전환시대의 논리'(1974)를 꼽았다. 한때 사 회주의 중국이나 자본주의 미국에 대한 전향적 접근과 비판으로 평가받았지만, 마오쩌둥과 문화대혁명에 대한 무비판적 예찬 등 무지와 오류로 인한 시대착오라는 비판을 듣는 유물(遺物)이기도 하다. 무려 43년 전의 세계관. 문재인 대통령과 소위 자주파로 불리는 이 정권의 외교·국방 실세들이, 부디 이 책의 반미(反美)와 친중(親中) 이분법을 극복했기를 희망한다.
두 번째 책은 주한 미국대사관 정치과장을 지내는 등 40년 넘게 한국 전문가로 일한 데이비드 스트라우브(63)의 '반미주의로 보는 한국 현대사'. 지난 2월 출간 당시에도 언급했지만, 미국 관료들이 한국의 반미 감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예외적 내부 증언이다. 우리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는 가수 '싸이'의 사례를 든다. '강남스타일'로 세계적 스타로 발돋움하던 2012년, 싸이는 미국에서 사과문을 발표했다. 2004년의 국내 공연에서 "미국인을 죽여라"는 취지의 노래를 부른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기 때문이다. 육두문자 범벅이던 싸이의 노래 '디어 아메리카(Dear America)'는, 이라크 병사를 고문한 미군뿐만 아니라 그 자식과 부모와 며느리까지도 '천천히 고통스럽게' 죽이라는 내용이었다. 부친이 6·25에 참전했고, 한국인 아내를 둔 친한파 외교관은 건조하게 쓴다. 미군이 한국에 남아있는 게 순전히 미국의 이해관계 때문이라고 믿는다면, 그건 착각이라고. 만일 미국이 한국 국민에게 진실로 거부당한다면 미국이 한국에서 철수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며, 피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마지막은 문재인 대통령의 책이다. 지난달 대선 직전, 각 당 후보들에게 '내 인생의 책'을 물었다. 문 후보는 운동권의 '사상의 은사(恩師)'로 불렸던 리영희의 '전환시대의 논리'(1974)를 꼽았다. 한때 사 회주의 중국이나 자본주의 미국에 대한 전향적 접근과 비판으로 평가받았지만, 마오쩌둥과 문화대혁명에 대한 무비판적 예찬 등 무지와 오류로 인한 시대착오라는 비판을 듣는 유물(遺物)이기도 하다. 무려 43년 전의 세계관. 문재인 대통령과 소위 자주파로 불리는 이 정권의 외교·국방 실세들이, 부디 이 책의 반미(反美)와 친중(親中) 이분법을 극복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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