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책과 삶]1999년 뜨거웠던 ‘한국의 반미’…왜 노무현 정부 등장 후 사라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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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반미주의로 보는 한국 현대사
ㆍ데이비드 스트라우브 지음 |김수빈 옮김·박태균 해제 |산처럼 | 384쪽 | 2만원
1999년부터 2002년까지 주한 미국 대사관에서 정치과장으로 일했던 데이비드 스트라우브가 당시 한국 사회에서 분출했던 ‘반미 현상’에 관해 분석하고 진단한 책이다. 이 책은 한국의 ‘반미 현상’에 대한 미국인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쓰여졌다. 저자는 미국 외교관의 입장에서 이 시기에 왜 ‘반미주의’가 분출했으며, 그것이 얼마나 심각한 것이었는지 분석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반미주의’란 개념이 “미국과 미국인에 대한 비판부터 노골적인 적대감”까지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모호한 개념이라면서도 1999~2002년 일어난 ‘반미주의’는 “한국의 편견과 감정 과잉의 뉘앙스를 갖고 있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1999년 9월 AP통신의 ‘노근리 학살 사건’ 보도가 있었다. 곧이어 베트남전쟁 참전용사들이 에이전트 오렌지(고엽제)에 노출됐다며 미국 업체에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2000년 매향리 사격장 사고로 주민들이 부상을 입었고, 서울의 주한미군 기지에서 포름알데히드를 상수원에 방류했다는 환경단체의 폭로가 이어졌다. 2002년 동계올림픽에서 쇼트트랙 경기 중 미국 선수인 안톤 오노의 ‘할리우드 액션’은 한국인들의 분노를 샀다. 2002년 6월 중학생 신미선양과 심효순양이 미국 장갑차에 치여 숨지는 사건으로 한국의 ‘반미주의’가 극대화했다고 저자는 기록하고 있다. 그리고 그해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이 ‘반미주의’가 (표면적으로) 사라지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고 진단한다.
저자는 일련의 사건들이 일어났을 때 한국과 미국 정부, 언론, 정치인, 시민들이 각기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기록하고 있다. 그리고 미국 외교관의 입장에서 어떤 정보들은 왜곡됐고, 어떤 반응은 민족주의적 감정에 사로잡혀 있었다고 본다. 저자에 따르면 ‘반미주의’가 터져 나온 배경에는 한국인의 ‘희생양 렌즈’, ‘진보 세력의 발흥’, ‘한국 언론의 왜곡된 보도’ 등이 주요 원인이 됐다.
이 책의 영문판은 2015년 나왔다. 저자는 왜 10년 이상 지난 시점에 한국의 ‘반미주의’에 주목했을까. 그는 ‘반미주의’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내재돼 있으며 그것이 향후 한·미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성찰해야 한다고 봤다. 그는 책의 서문에서 이 책이 그저 미국 외교관의 입장에서 “자기 합리화를 위한 노력”이라는 의구심이 들 수도 있지만, 한국 독자들 역시 한 발 떨어져서 1999~2002년 한국 사회를 바라볼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 책의 해제를 쓴 박태균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저자의 지적에 많은 반론이 제기될 수 있다”면서도 객관적인 분석을 담고 있다고 평가했다.
박 교수는 “이 책은 한국 사회에서 반미 감정이 연속적으로 분출되고 있었던 시기에 ‘미국의 관료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는가’에 대한 내부 정보를 알 수 있다”면서 “21세기로 넘어가는 전환점에서 한·미 관계에 대한 미국 정부의 생각을 객관적으로 알 수 있도록 안내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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