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주말을 여는 책 | 혐오표현은 왜 재일조선인을 겨냥하는가] 인종주의가 민주주의를 파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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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태 조센진은 일본에서 나가라!" "변태 조센진은 살아 있는 것이 부끄러운 줄을 알아라!" 이런 혐오표현들이 일본 거리에서 공공연하게 울려 퍼지고 있다. 왜 이런 일이 공공연하게 일어나고 있을까.
새로 나온 책 '혐오표현은 왜 재일조선인을 겨냥하는가'는 일본에서 일어나는 폭력적 인종주의를 역사적으로 살펴보고 사회적 원인을 조명한다. 나아가 유럽과 미국 등 국제적 반인종주의 규범과 법을 비교해보며 일본의 인종주의·극우 억제라는 과제를 해결하고 반인종주의 규범을 형성하고자 한다. 책을 쓴 저자는 반인종주의 활동가로 조선적(朝鮮籍)을 지닌 재일조선인 3세 량영성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재일조선인을 겨냥한 혐오표현의 역사적 배경 중 하나로 조선적을 지목한다. 조선적은 해방 뒤 일본에 남은 한반도 출신자를 1947년 외국인등록령에 따라 일본 정부가 만든 임시 국적에 불과하다. 당시 남북 정부 모두 수립 이전이었다. 이후 일본 정부는 재일조선인을 강제퇴거, 송환과 탄압의 대상으로 삼고 1952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이 발효한 날 재일조선인의 일본 국적을 박탈한다. 60만 재일조선인을 하룻밤 사이에 무권리 상태로 만들고 일본 국적으로 귀화하든지 한반도로 귀국하라고 강요했다. 이와 같은 차별은 오늘날까지 이어진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전후 일본에서는 지금처럼 혐오표현이 빈번해지기 이전부터 재일조선인에 대한 심각한 인종주의가 활개를 쳤다. 1923년 간토대지진 때 조선인 학살에서부터 패전 직후 재향군인을 비롯한 일본인에 의한 인종주의 폭력사건, 1960 ~1970년대 증가한 조선중고등학교 학생 습격사건, 나아가 1980년대 후반에 빈번해진 '치마 저고리 찢기 사건' 등이 그것이다.
그런데 지금의 혐오표현은 일반인들이 인종주의와 외국인 배척을 공공연히 내세우며 조직되고 있다는 점에서 앞의 경우와 다르다는 것이 저자의 분석이다. 일반인들이 인터넷의 선동성에 의해 차별을 목적으로, 거의 놀이삼아 운동에 참가하며 이를 반복한다는 점도 특징이다. 이는 전후 일본 사회가 처음 경험하는 것으로 민주주의와 사회를 파괴할 만한 수위로까지 상승한, 가장 위험한 인종주의 폭력 현상이다. 저자는 반인종주의 규범의 결여, 정치로부터 온 '위로부터의 차별 선동', 일본군 '위안부'와 조선인 강제연행, 난징 대학살 부정과 같은 역사부정 선동 등을 일본에서 혐오표현이 늘어나는 사회적 요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다행히 최근 혐오표현 시위자들에 맞서 반대 시위를 해 온 카운터스 등이 시민들 사이에 확산되면서 여론의 관심을 모으고 혐오표현의 비정상성, 추악함 등을 사회적으로 공론화하는 데 성공해 20016년 6월 국회에서 '혐오표현 해소법(억제법)'이 통과됐다. 그러나 이 법은 표현의 자유 침해 우려로 처벌 조항이 없고 거리 시위나 인터넷에서의 혐오표현을 규제하지 못하는 등 문제점이 많고 효과가 미미하다.
저자는 특히 해당 법률이 제정됐다고 해도 혐오표현의 진짜 위험성과 그 원인이 무엇인지 일본 사회는 충분히 공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혐오표현이 횡행하는 상황은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한다. 때문에 인종주의를 폭력으로 이어지게 하는 사회적 조건을 밝혀내고 그것을 없애야 한다는 것. 그렇지 않으면 민주주의와 사회가 파괴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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