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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Latests] ‘아름다운 사람 권정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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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8-05-11 00:00 조회88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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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아동문학의 큰 별 권정생의 삶과 문학을 그린 전기다. 권정생은 안데르센이나 그림형제 같은 외국 작가들의 번역동화를 주로 읽던 시대에 우리 창작동화가 자리 잡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의 동화는 가난과 불행의 근본적 원인을 알게 하고, 시련과 고난을 딛고 일어서는 과정을 통해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깨닫게 한다. 권정생은 40여 년 동안 창작 활동을 하면서 100권이 넘는 동화집을 남겼고 그가 세상을 떠난 지 10년이 지난 지금도 어린이들에게 활발하게 읽히고 있다.

권정생은 2007년에 세상을 떠났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난 다음 시인 김택근이 낸 ‘강아지똥별’은 그때까지 권정생을 이야기한 책 중에 가장 뛰어났다. 작은 제목은 ‘가장 낮은 곳에서 별이 된 사람 권정생 이야기’. 이 책이 나온 다음 경향신문에서 짧지 않은 서평을 게재했다. “강아지똥이 민들레꽃을 피웠듯 권정생은 하잘것없어 보이는 것에서 아름다운 가치를 발견했다. 가난한 사람도 누구에게는 큰 희망이 되기도 한다는 것을 말하고자 했다. 가난 속에서 피워낸 권정생의 슬픈 동화들은 많은 사람에게 희망을 안겨주었다”는 대목에서 권정생 문학의 본질이 보인다.

그의 작품 세계는 출발부터 독창적이었다. 첫 수상작 ‘강아지똥’은 그때까지 한국 창작동화에서는 볼 수 없던 죽음과 삶의 문제를 이야기했다. ‘아기양의 그림자 딸랑이’는 동화에서는 좀처럼 다루지 않은 분단 및 참전 문제를 비판적 시각에서 접근했고, ‘무명저고리와 엄마’는 일제강점기의 수탈과 분단, 베트남전쟁 참전이라는 민족사를 이야기했다. 1975년 제1회 한국아동문학상 수상작 ‘금복이네 자두나무’는 부자의 탐욕에 희생되는 동심(童心)을 그렸다. 권정생은 행복한 어린이보다 가난하고 힘들게 사는 어린이가 더 많은 시대에 그들의 아픔과 불행을 외면할 수 없다고 했다. 그리고 가난과 불행의 원인이 부모가 아닌 일제강점과 분단, 전쟁이라는 민족사에 있다고 판단하여, 당시 동화에서는 다루지 않던 현실적 소재와 주제들로 글을 썼다.

그러나 작가 권정생은 창작 과정이 쉽지 않았다. 1937년에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 두 번의 전쟁을 겪었다. 고생을 많이 한 결과겠지만 열아홉 살부터 폐결핵, 늑막염 등을 앓기 시작해 죽기 전까지 병의 고통을 짊어지고 살았다. 40㎏도 되지 않는 병약한 몸으로 창작을 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다. ‘원고지 한두 장을 쓰고 나면 각혈을 하고 몸져눕곤 했다. 그래도 그는 절망하지 않았다. 되레 병을 친구로 삼았다.’ 그래서 김택근은 권정생을 ‘어린 성자’라고 했다. 가난하고 약한 이웃에게 한없는 애정을 보내고 언제나 동심을 잃지 않았던 사람. 그가 ‘아이’였기 때문에 결코 절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1990년에 처음 권정생을 보았다는데, 그 경험을 ‘혹독한 겨울 속 동화 나라에 다녀온 듯했다’고 표현했다.

권정생이 죽었을 때 그의 통장에는 10억 원이 남아 있었다고 한다. 수십 년 동안 받은 인세를 모은 것이다. 하지만 그는 허름한 옷을 걸치고 고무신만 신었다. 그는 유언장에 전 재산을 가난한 어린이들을 위해 써달라고 적었다. ‘그는 가난을 초월한 사람이었다. 말년에 “물질이 풍족하면 마음이 가난할 수 없으니 그것이 두렵다”고 말한 것은 그의 인생관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한 작가의 문학과 삶이 정확히 일치하는 경우를 자주 보기는 어렵다. 춘원과 미당의 비극을 우리는 안다. 목월은 박정희를 위해 ‘대통령 찬가’를 지었고 고은은 욕망을 제어 못하는 ‘괴인’의 멍에를 썼다. 하지만 권정생은 고집스럽고 올곧게, 자신의 글과 한 치도 어긋나지 않는 삶을 살았다. 풀 한 포기, 벌레 한 마리도 귀하게 여겨 해치지 않았고, ‘내 몫 이상을 쓰는 것은 남의 것을 빼앗는 행위’라며 검소하게 살았다.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며 삶의 길을 찾는 이들의 마음속에, 권정생의 이야기는 그가 매일 새벽 쳤던 예배당 종소리처럼 맑게 울린다. ‘서러운 사람에겐 서러운 이야기가 위안이 된다’는 그의 말처럼 우리는 그의 이야기를 통해 삶의 절망과 슬픔에서 피어나는 역설적인 희망을 마주하게 된다.

‘아름다운 사람 권정생’을 낸 산처럼에서는 책을 이렇게 소개했다. '한국 아동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일 뿐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이 ‘존경하는 마음속 스승’으로 꼽는 우리 시대의 ‘참어른’ 권정생. 평생 가난과 병고에 시달리면서도 소외되고 고통받는 존재들을 감싸 안고 모든 생명을 사랑했던 그의 삶은 작품보다 더 큰 울림으로 사람들을 감동시켰다. 이 책은 권정생의 일생을 동화 형식으로 재구성해 들려준다. 그간 어린이용 위인전 형식의 책이 한두 권 있었지만, 연구서를 제외하면 성인을 대상으로 그의 ‘삶’을 조명한 첫 번째 책이다. 권정생의 유품을 그린 세밀화와 마음을 울리는 경구들을 엮은 어록 페이지를 수록해, 그의 삶과 생각을 좀 더 가깝게 느낄 수 있도록 한 것도 특징이다.' (이충렬 지음/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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