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일보] 500년을 거슬러 본 서양 우위 이데올로기의 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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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작가 제임스 밀은 1817년 ´영국령 인도사´를 출간한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인도의 종교는 천하고, 법률은 낙후됐고, 건축도 조잡하다"고 혹평했다. 그가 인도의 전통과 문화를 경시했던 이유는 과학적 사고와 기술 진보가 미미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지독한 편견과 인종 우월주의적인 시각으로 기술된 이 책은 19세기 유럽인들에게 인도를 야만과 미신으로 가득 찬 곳이란 이미지를 심어주었다.
서양인들의 동양에 대한 우월감은 중국에도 적용됐다. 프랑스 경제학자 미셸 슈발리에(1806~1879)는 중국이 유럽보다 열등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작은 크기의 영국이 거대한 청 왕조 전체보다 많은 기계, 도로, 운하를 가지고 있다고 자랑했다. 매콜리란 사람은 한술 더 떴다. 그는 영국 지식인의 서재에 있는 책꽂이 하나 분량의 책만으로도 아시아 전체가 갖고 있는 지식에 필적할 것이라고 말했다. 참 오만한 발상 아닌가!
´기계, 인간의 척도가 되다´는 500년에 걸친 유럽인과 비유럽인 사이의 교류를 추적함으로써 서양 우위의 지배 이데올로기의 생성 과정을 보여준다. 산업혁명을 기점으로 앞서 나갔던 유럽의 과학, 기술 수준이 비유럽을 평가하는 잣대가 돼 버렸다는 것이다.
하지만 유럽인들의 비교 척도는 1차 세계대전 이전에 일본이 산업화에 성공하면서 흔들렸다. 이는 ´열등한 인종이 유럽의 창조성과 물질적 능력을 따라올 수 없다´는 통념을 무너뜨렸다. 유럽의 뒤를 이은 미국이 과학과 기술을 기반으로 내놓은 ´근대화´ 패러다임도 위기에 처해 있다. 이젠 유럽이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역사적, 문화적 상대성을 인정하고 올바르게 평가할 수 있는 ´적정 기술´을 탐색할 시점이 됐다.
김상훈 기자
**기사 링크news20.busan.com/news/newsController.j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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