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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평범한 삶 앗아간 日帝의 그림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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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1-07-13 00:00 조회1,28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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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통치 겪었던 51명 인터뷰


美 힐디 강 교수 ‘검은…’ 펴내











“어두운 밀실에 일본인과 조선인 비밀경찰이 들어왔습니다. 조선인 형사가 내 뺨을 때렸고 물을 계속 마시게 했습니다. 결국 숨을 못 쉬어 기절하기를 반복했습니다. 그들은 이 짓을 완벽하게 했습니다.”


마치 ‘검은 우산 아래’처럼 어두웠던 일제 치하의 모습이 그때를 살았던 민중의 목소리로 생생히 담겨 책으로 출간됐다. 제목은 ‘검은 우산 아래에서’. 저자는 한국인 남편을 둔 미국인 힐디 강 캘리포니아대 교수다. 그는 일제 치하 삶의 다양성과 복잡성을 발견하기 위해 몬테레이와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51명의 한국인을 인터뷰했다. “공식적으로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보통 사람들의 삶에 초점을 맞추고 싶었습니다.”


그는 1920∼1931년 문화통치 시대와 1931∼1945년 동화통치 시대로 나누어 기술했다. 그중 일제의 고문과 폭력이 난무했던 동화통치 시대를 처절하리만큼 상세하게 묘사했다.


평안남도 출신으로 1921년생 이하전 씨는 1941년 도쿄에서 비밀경찰 형사 다섯 명에게 체포됐다. 조만식 선생이 설립한 평양 숭인상업학교 학생이었던 그가 독립운동가 함석헌 선생을 연사로 모시며 비밀리에 서클을 만든 혐의 때문이었다. 기절할 때까지 계속됐던 조선인 형사의 물고문 끝에 거짓 자백을 했다. 일본군이 진주만을 공습하던 1941년 12월 8일, 7년을 구형받았다.


검은 우산 아래에서도 ‘비교적’ 순탄한 삶도 있었다. 만주 출신의 1924년생 유혜경 씨는 상하이의 대학교수였던 아버지 덕분에 부유한 삶을 살았다. 어린 나이에 일본으로 유학한 그는 일본인 소학교와 중학교를 거쳐 도쿄의 한 대학을 졸업했다. 집으로 파견한 일본인 경찰과 식사도 함께하며 친하게 지내기도 했다. “일제 치하에서 많은 사람이 우리처럼 저항하지 않고 그저 삶을 영위하며 살았어요. 그런 삶을 선택해서가 아니라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기 때문이지요.”


순응의 삶을 산 그 역시 전쟁의 상흔을 피할 순 없었다. 공습으로 부모님을 잃고 평생 친일 낙인에 시달려야 했다. 이 책은 이처럼 가난한 삶에서 부유한 삶까지, 안락하고 순응하는 삶에서 공포와 고문으로 점철된 삶까지 다양한 범위를 보여준다. 결국 저자는 “일제 통치라는 검은 우산 아래서도 삶이란 결코 일차원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말하고자 한다. 고베 조선소에 징용됐던 1923년생 정재수 씨의 이야기는 양심적인 일본인도 있었음을 보여준다. 조선소에서 야쿠자 출신 간수들과의 싸움에 휘말렸던 그에게 일본인 소대장은 도리어 양해와 사죄를 구하기도 했다. “무서웠던 것은 일본인이 아니라 미군 폭격기였습니다. 기관총은 일본인 조선인 안 가리고 불을 뿜어댔지요. 살이 터져나가고 살 조각들이 벽에 흩뿌려졌어요.”


김진 기자 holyjjin@donga.com






**기사 원문 http://news.donga.com/3/all/20110713/38757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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