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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미술정보개발원] 명품, 아주 특별한 만남, 『명품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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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1-06-15 00:00 조회1,67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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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의 탄생, 이광표, 2009









명품, 아주 특별한 만남 -이광표, 『명품의 탄생』



필자 : 김희정 / 스스로 한국미술에 문외한이라 말하는 일반인





일요일 오전, 늘 그렇듯이 감긴 눈이 저절로 떠질 때까지 기다렸다, 아침 점심끼니 중간쯤의 요기를 하고 TV를 켠다. TV쇼 진품 명품. 지금 내 손에 있는 책도 ·『명품의 탄생』(우리가 열광하는 ‘명품’에 관한 책은 아니다.) 늘 그렇듯이 의뢰품을 보고 전체 채널을 한 바퀴 훑고 돌아와서 전광판에 뜨는 감정가격만 봤었다. 하지만 오늘은 아니다. 왜냐하면 100권의 우리 미술 책 중 5%(5권)는 읽었으니까. 집중해서 보기로 한다.



첫 의뢰품은 12세기경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동그란 합을 중심으로 네 개의 작은 합이 꽃잎처럼 둘러싸고 있는 합(뚜껑이 있는 용기) 세트다.

내가 태어날 생각도 못했을 때 저 청자 합을 만든 예술가는 알고 있었을까? 800 여년 뒤의 후손들이 사라지지 않고 남은 자신의 작품을 함께 모여 감상하고, 가치를 추정하고, 새로운 영감을 얻게 될 것을.

『명품의 탄생』은 이 모든 일이 위대한 컬렉터(수집가, 수장가)와 컬렉션(미술품이나 우표, 책, 골동품 따위를 모으는 일 혹은 그 모아진 소장품)이 있었기에 가능하다고 말한다. 투자의 목적이든, 소유를 위해서든 개인적인 동기로 시작되는 컬렉션이 그 시대의 미술과 문화의 한 특성을 만들며, 살아있는 작가의 작품을 구입함으로써 금전적· 정신적 후원이 되어 새로운 창작을 돕는다. 또 오래된 문화재를 수집하는 것은 전통 문화를 보존하여 다음 세대의 새로운 창조의 밑거름을 만드는 일이다. 그 자체로 아름다운 예술적 창작 행위인 진정한 컬렉션은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역사의 의미와 예술의 감동을 전해준다.


예술 작품의 탄생과 그 배경에 있는 작가와 후원자의 관계, 질곡의 근현대사 속에서 고통 받는 우리 문화유산을 지키기 위한 컬렉터들의 열정과 안목, 그리고 필생의 컬렉션을 사회에 기증하는 위대한 결정. 『명품의 탄생』은 명품은 그에 비례하는 두터운 역사의 향기를 은은히 담고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해주는 책이다. 유독 가슴에 와 닿는 두 가지 이야기를 해보자.


<세한도>는 추사 김정희의 대표작이자 우리나라 문인화의 최고봉으로 제주도 유배 시절 스승을 위해 중국에서 어렵게 구한 귀한 책을 제주도까지 보내준 역관 출신 제자 이상적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 것이다. <세한도>는 작품자체에도 깊고 절절한 사연이 담겨 있지만 이후 소장 과정에도 곡절이 있었다.






김정희,<세한도>, 개인 소장. 본문 P177




태평양전쟁이 절정이던 1944년 서예가 겸 컬렉터인 소전 손재형은 <세한도>가 일본인 손에 건너갔다는 소식을 듣고 돈을 마련해 곧바로 포탄이 쏟아지는 일본 도쿄에 들어가, 생면부지의 일본인에게 100일 가까이 머리를 조아린 끝에 가까스로 되찾아 왔다. 얼마 뒤 일본인의 집이 연합군의 폭격으로 파괴되었으니, 손재형이 없었더라면 우리는 영영 이 작품을 볼 수 없었을 것이다. <세한도>를 그린 사람은 김정희이고, <세한도>를 그리도록 동기부여를 한 사람은 이상적이지만, <세한도>의 진정한 완성은 손재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이 열정적인 켈렉터가 정치 활동 비용 때문에 <세한도>를 다른 사람에게 넘겼다는 점은 아이러니다.




자신이 태어난 시대를 앞서갔던 내과 의사 수정 박병래는 밀반출되는 조국의 문화재를 안타까워하며 1929년경부터 평생 조선백자를 수집했다. 비록 넉넉지 않아 주머니 사정에 맞게 수집을 해야 했지만 그는 맹수처럼 집요했다. 1974년 박병래는 40여 년 간 모아온 조선백자를 국립중앙박물관에 흔쾌히 기증했는데, 개인의 컬렉션을 대량으로 사회에 기증하는 최초의 사례였다. 왜 아깝지 않겠는가. 어떻게 모은 것인데... 위대한 결정이다. 기증자 박병래가 남긴 말이 진한 감동을 준다.



“나는 도자기와 함께 지내온 내 인생이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우리 조상들이 만든 예술품을 혼자만이 가지고 즐긴다는 일이 죄송스럽기도 했다. [중략] 내가 몇 십 년 동안 도자와 함께 지내던 마음을 이제부터 여러 사람에게 나누어 줄 수 있다면 나는 얼마나 더욱 행복하겠는가.”





백자청화 매화대나무산수무늬 항아리,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본문 P242



사이언스지에서 읽었는데...... 고양이과 동물들은 단맛을 인식하는 유전자를 잃어버렸기 때문에 사탕보다 생선을 좋아한단다. 생존만을 위해 살다보면 어느새 인생을 누리는 방법조차 잃어버리는 건 아닌지?

오후에 국립중앙박물관에 가야겠다. 오늘 하루는 우리 미술 감상의 날이니까.








**원문보기 www.koreanart21.com/common/sub01_03_view.ph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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