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시대의 눈물 맺힌 해방공간 문인의 삶과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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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2-04-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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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북시인 설정식 탄생 100주년 기념 문학전집 출간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 "내 다시 경건하게 이르거니와/팽배한 세계의 조수여/쏠리고 또 밀리는//민주주의의 흐름이어/네 바람 속에/깃들인 나래같이/활개 펴게 하여/천년 늙은/어깨를 가벼이 하라" (´헌사-미소공동위원회의 드리는´ 중)
해방공간 역사의 풍랑을 온몸으로 받아낸 월북시인 설정식(1912-1953)의 시편에는 시대의 눈물이 맺혀 있다.
설 시인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그의 시편과 소설 등 문학작품, 평론, 번역물을 한데 모은 신간 ´설정식 문학전집´이 나왔다.
본격적으로 집필활동을 한 기간은 1940년대 후반의 4년여에 불과하지만 그가 남긴 글에는 학자의 진중한 고뇌와 문필가의 날카로운 감성이 강렬하게 배어난다.
함남 단천 출신인 설 시인은 연희전문학교와 미국 오하이오주 마운트 유니언 대학, 컬럼비아 대학 등에서 유학한 지식인이다.
그는 귀국 후 미군정청에서 일하며 목격한 이 땅의 처지를 노래한다.
"아! 소같이 둔하다는 무식한 우리들의 등/더운 피 흘린 항거를 위해서는/시월은 오히려/서리 내리기조차 주저하였다/태양 없는 땅" (´태양 없는 땅´ 중)
풍전등화 같은 조국의 운명을 보며 사람을 살리는 길은 사회주의라고 믿으며 6·25 전쟁 중 월북한 설 시인은 휴전협상 과정에서 북측 통역관의 역할을 하기도 했다.
1949년 출간된 장편소설 ´청춘´에는 사회를 향한 설 시인의 깊은 고뇌가 드러나 있다.
"갈 수도 있고 그 땅으로 돌아올 수도 있기는 하나, 그러나 커다란 구멍이 뚫어진 대로 모든 추악하고 불순한 것이 빠져 달아나게 마련된 이 사회제도 앞에서는, 모든 아름답고 착하고 진실한 것은 그물코마다 걸려 있는 불합리는 누구를 위한 것도 아닌 만 사람의 도로(徒勞)였고" ( 416쪽)
영문학자이기도 한 설 시인은 "사전 다음으로 가장 손이 자주 간다"고 말했을 정도로 셰익스피어 문학에 애착을 보였다.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국내 최초로 완역해 ´하므�´을 출간한 이유다.
전집에는 1949년 백양당에서 펴낸 ´하므�´을 비롯해 헤밍웨이의 ´불패자´, 토마스 만의 평론 ´마의 민족´ 등이 함께 실렸다.
역사의 한복판에 섰던 설 시인은 1953년 남조선노동당 숙청 당시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다.
사회주의에 대한 믿음으로 월북했으나 인민공화국을 전복하려 한 ´미국 간첩´으로 몰려 처형당한 그의 생애는 시대의 모순 그 자체이기도 하다.
그의 조카사위인 이화여대 김우창 석좌교수는 "그의 작품에는 독립자주의 민족이념, 민주주의, 그리고 그것을 실천하고자 하는 사상적 순수성을 강렬히 드러낸다"며 "당대의 현실을 황무지와 가시밭으로 파악한 정열의 순수함이 정치투쟁의 무자비한 가시에 찔려 피를 흘리고 쓰러지게 된 것은 비극"이라고 평한다.
한국일보 문화부장을 지낸 설 시인의 셋째 아들 설희관 씨가 책을 엮었다. 영화 ´투캅스´ 등으로 유명한 배우 김보성이 설 시인의 외손자다.
산처럼. 848쪽. 4만5천원.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 "내 다시 경건하게 이르거니와/팽배한 세계의 조수여/쏠리고 또 밀리는//민주주의의 흐름이어/네 바람 속에/깃들인 나래같이/활개 펴게 하여/천년 늙은/어깨를 가벼이 하라" (´헌사-미소공동위원회의 드리는´ 중)
해방공간 역사의 풍랑을 온몸으로 받아낸 월북시인 설정식(1912-1953)의 시편에는 시대의 눈물이 맺혀 있다.
설 시인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그의 시편과 소설 등 문학작품, 평론, 번역물을 한데 모은 신간 ´설정식 문학전집´이 나왔다.
본격적으로 집필활동을 한 기간은 1940년대 후반의 4년여에 불과하지만 그가 남긴 글에는 학자의 진중한 고뇌와 문필가의 날카로운 감성이 강렬하게 배어난다.
함남 단천 출신인 설 시인은 연희전문학교와 미국 오하이오주 마운트 유니언 대학, 컬럼비아 대학 등에서 유학한 지식인이다.
그는 귀국 후 미군정청에서 일하며 목격한 이 땅의 처지를 노래한다.
"아! 소같이 둔하다는 무식한 우리들의 등/더운 피 흘린 항거를 위해서는/시월은 오히려/서리 내리기조차 주저하였다/태양 없는 땅" (´태양 없는 땅´ 중)
풍전등화 같은 조국의 운명을 보며 사람을 살리는 길은 사회주의라고 믿으며 6·25 전쟁 중 월북한 설 시인은 휴전협상 과정에서 북측 통역관의 역할을 하기도 했다.
1949년 출간된 장편소설 ´청춘´에는 사회를 향한 설 시인의 깊은 고뇌가 드러나 있다.
"갈 수도 있고 그 땅으로 돌아올 수도 있기는 하나, 그러나 커다란 구멍이 뚫어진 대로 모든 추악하고 불순한 것이 빠져 달아나게 마련된 이 사회제도 앞에서는, 모든 아름답고 착하고 진실한 것은 그물코마다 걸려 있는 불합리는 누구를 위한 것도 아닌 만 사람의 도로(徒勞)였고" ( 416쪽)
영문학자이기도 한 설 시인은 "사전 다음으로 가장 손이 자주 간다"고 말했을 정도로 셰익스피어 문학에 애착을 보였다.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국내 최초로 완역해 ´하므�´을 출간한 이유다.
전집에는 1949년 백양당에서 펴낸 ´하므�´을 비롯해 헤밍웨이의 ´불패자´, 토마스 만의 평론 ´마의 민족´ 등이 함께 실렸다.
역사의 한복판에 섰던 설 시인은 1953년 남조선노동당 숙청 당시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다.
사회주의에 대한 믿음으로 월북했으나 인민공화국을 전복하려 한 ´미국 간첩´으로 몰려 처형당한 그의 생애는 시대의 모순 그 자체이기도 하다.
그의 조카사위인 이화여대 김우창 석좌교수는 "그의 작품에는 독립자주의 민족이념, 민주주의, 그리고 그것을 실천하고자 하는 사상적 순수성을 강렬히 드러낸다"며 "당대의 현실을 황무지와 가시밭으로 파악한 정열의 순수함이 정치투쟁의 무자비한 가시에 찔려 피를 흘리고 쓰러지게 된 것은 비극"이라고 평한다.
한국일보 문화부장을 지낸 설 시인의 셋째 아들 설희관 씨가 책을 엮었다. 영화 ´투캅스´ 등으로 유명한 배우 김보성이 설 시인의 외손자다.
산처럼. 848쪽. 4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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