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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백석·설정식·김용호·이호우·정소파… 우리 문학을 빛낸 시인 5명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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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2-04-25 00:00 조회1,46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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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탄생 100주년 기념문학제



1912년에 나란히 태어난 시인 백석과 설정식은 식민지 시대 문인으로서는 아주 특별한 삶을 살았다.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로 유명한 백석(1912~1995)은 당시 시인으로는 드물게 친일시가 없는 시인이자 분단 과정에서 납북·월북과는 무관하게 만주에서 고향으로 돌아와 북에 남은 시인이다. 1980년대 후반 재북·월북 문인들에 대한 해금 조치 이후 알려지기 시작한 백석은 불과 100편의 시를 남긴 데다 연구기간이 짧았음에도 학계에서 가장 많이 연구하고 우리 국민들이 사랑하는 시인으로 자리 잡았다.









왼쪽부터 백석·설정식·이호우·정소파 시인.






설정식(1912~1953)의 경우 연희전문을 거쳐 마운트유니언대학과 뉴욕 컬럼비아대학에서 영문학을 공부한 엘리트이자 미국통으로 해방 이후 미군정청 여론국장으로 근무했다. 그러나 자신의 이력과는 정반대로 조선문학가동맹에 가담하고 뒤에 조선공산당에 가입했다. 그는 시의 정치성을 고민한 인물이자 해방기 문인과 지식인들의 혼돈과 고뇌, 선택 등을 생각하게 해주는 시인이다.



두 사람을 포함해 1912년생 문인인 시인 김용호(1912~1973), 시조시인 이호우(1912~1970)와 정소파(1912~ ) 등을 기리는 ‘2012년 탄생 100주년 문학인 기념문학제’가 대산문화재단과 한국작가회의 주최로 다음달 3~4일 열린다. 이 가운데 정소파 시인은 처음으로 살아서 탄생 100주년 문학제를 맞은 문인으로, 현재 전남 광주에서 여전히 시조 창작활동을 펼치고 있다.



문학평론가 황광수씨가 기획위원장을 맡은 이번 행사는 ‘언어의 보석, 어둠 속의 연금술사들’이란 주제로 열린다. 황 위원장은 “이번 기념문학제의 대상인 1912년생 문인들은 모두 시인으로, 일제강점기라는 암울한 상황과 절망적인 조건 속에서도 혼신의 힘을 다해 문학의 끈을 놓지 않았으며 한국어를 보석처럼 갈고닦아 빛나는 시어를 탄생시켰다”고 설명했다.



가장 주목받는 문인은 역시 백석이다. 다음달 3일 열리는 심포지엄(오전 10시 서울 광화문 교보
빌딩)에서 ‘백석 시의 매력’(고형진·고려대), ‘백석 시의 현재적 가치’(김춘식·동국대) 등이 발표되며 ‘백석 탄생 100주년 기념 학술대회’가 6월30일 한국비평문학회 주최로 서울여대에서 따로 열린다. “세부적 사물의 명명과 호명으로 명암과 소리 감각의 미학적 완성을 꾀한”(고형진) 백석의 시 세계에 대한 연구 성과를 살펴볼 수 있다. 통인미술관은 김선두, 오원배, 최석운 등 10명의 화가에게 의뢰해 백석의 텍스트를 형상화한 작품 30여점을 제작해 9~10월 미술관과 한강선유도공원 등지에서 전시할 계획이다.



설정식의 삶도 새로 부각된다. “이른바 해방공간의 정치현실에 정면으로 맞닥뜨리면서 자신의 시를 통해 민중이 주인 되는 세상을 선취하는 쪽으로 나아간”(황광수) 시인의 면모가 밝혀진다. 당대의 대표적 엘리트였던 그는 월북 이후 1953년 이승엽·임화 등과 함께 미제
스파이라는 죄명으로 사형됐다. 탄생 100주년에 맞춰 최근 <설정식 문학전집>(설희관 엮음·산처럼)이 나오기도 했다. 언론인 출신인 3남 설희관씨가 편집한 전집은 설정식의 시와 소설, 평론, 번역 등을 묶었다. 설정식의 조카사위인 김우창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그의 작품에서 독립 자주의 민족이념, 자유로운 민주주의, 그리고 그것의 실천을 위한 사상적 순수성을 다짐하는 수사의 강렬함이 두드러진다”고 평가했다.



심포지엄에 이어 ‘문학의 밤’(5월4일 오후 7시 연희문학창작촌 야외무대)에서는 대상 문인의 작품 낭송 및 낭독, 초청 작가와의 대화,
음악공연 등이 열린다. 생존 문인인 정소파 시인의 인터뷰 영상도 상영된다.



정 시인은 “100세가 됐다는 데 특이한 감정을 느끼지는 않는다. 습관대로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작품을 쓰고 읽는다. 비록 시집을 내기는 늦은 나이지만 죽을 때까지 쓸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한윤정 기자 yjh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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