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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조선] 편집장 레터 - 흑해와 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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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4-02-21 00:00 조회1,44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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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대 생물학자인 에드워드 윌슨이 작년 12월에 낸 책 ‘지구의 정복자’의 서두의 한 줄이 인상 깊었습니다. “오늘날 인류는 꿈속의 환상과 현실세계의 혼돈 사이에 사로잡힌 깨어 있는 몽상가 같다.… 우리는 석기시대의 정서, 중세의 제도, 신과 같은 기술을 지닌 채 스타워즈 문명을 구축해 왔다.”



우리가 석기시대 돌도끼를 들고 사냥하고 살아가던 때와 같은 격정적인 정서를 그대로 갖고 있다는 말입니다. 격정은 여전한데, 우리의 손에는 지금 무엇이 쥐어져 있느냐는 것이지요? 동물 한 마리를 겨냥할 수 있는 돌도끼가 아니라, 지구를 파괴할 수 있는 핵무기입니다. 너무 위험하죠? 감당 불능입니다.



이번주 소치 동계올림픽 특집을 준비하면서 뭔가 차별화된 콘텐츠가 없을까 궁리하다 흑해를 떠올렸습니다. 흑해는 소치를 품은 바다이지요. 흑해 연안의 500년을 찾아봤습니다. 끔찍이도 전쟁이 많았더군요.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흑해 북쪽의 강국인 러시아와, 남쪽의 강국인 터키(오스만제국)가 기록에 남은 전쟁만 11차례 벌였습니다. 16세기부터 시작해 1차대전까지 지치지도 않고 싸웠으니, 그 기간으로 따지면 400년 전쟁입니다. ‘세계전쟁사 사전’(산처럼출판사)을 열어 보니 1568년 첫 전쟁부터 짧게는 10년도 안 돼 총부리를 겨눴습니다. 오스만제국이 강할 때는 북쪽으로 모스크바까지 쳐들어갔고, 제정러시아가 커지면 흑해 양안으로 밀고 내려왔습니다.



소수민족은 두 제국에 끼여 말할 수 없는 수난을 당했습니다. 러시아는 흑해의 동해안인 캅카스 일대에서 참 못할 일을 많이 했더군요. 동계올림픽이 열리고 있는 소치가 캅카스의 서쪽 끝자락이지요. 옛 소련은 점령지의 저항하는 민족을 송두리째 강제이주시킨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아직까지도 분리독립 투쟁을 벌이는 체첸인은 다 그 시대의 유산입니다. 연해주의 조선인을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시켰던, 그 수법입니다. 체첸인의 러시아에 대한 치열한 분노를 이해할 만합니다.



이제 그런 시절은 지난 것일까요? 소치 동계올림픽 축전이 그걸 말하고 있나요? 그렇지 않다는 것 다 아시죠. 인류가 진정으로 구석기시대를 뒤로할 때는 언제일까요? 마감하는데 남북 고위급회담이 또 열린다는 뉴스가 나옵니다. 남북한도 탈(脫)구석기시대 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독자님 고맙습니다.

최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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