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 전쟁은 명분만 있을뿐 아무런 문제도 해결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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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4-0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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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전쟁사 사전 / 조지 차일즈 콘 엮음, 조행복 옮김 /산처럼 전쟁은 사회와 인간의 물적·인적·정신적 세계를 파괴하고 공통된 정감으로 이뤄진 삶을 무너뜨린다. 전쟁은 한 집단의 생존투쟁이며 총체적 힘의 발현이다. 말로 형언하기 어려운 고통과 파괴, 반(反)생산성에도 불구하고 대중들은 수많은 전쟁영웅들의 이야기에 열광한다. 이 같은 전쟁 이야기에서 학살되는 여성과 어린이 이야기는 배제되기 일쑤다. 21세기 초 포스트 탈 냉전 시대에도 크고 작은 전쟁은 끊이지 않고 있다. 6500만 명의 인명이 살해된 두 번의 세계 대전을 겪고도 인류는 아직 분쟁을 조정하는 지혜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전쟁의 역사는 곧 인류가 긴 세월을 살아온 길이다.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을 준비하라’는 로마의 유명한 격언은 인간의 어리석음과 폭력적 본성을 잘 보여주는 말이다. 인간은 서로 쏘아죽일 핑계를 늘 찾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저술가인 조지 차일즈 콘이 편집한 이 사전은 4000년 인류 역사에 걸쳐 동서양 기록 속에 나타난 전쟁에 관한 모든 정보를 담기 위해 노력했다. 기원전 1700년에 일어난 히타이트 전쟁부터 최근에 벌어진 아프가니스탄 전쟁까지 세계 각지에서 벌어진 전쟁, 혁명, 봉기, 분쟁과 내전, 군사 폭동, 학살, 포위공격, 독립운동, 원정 등 1800여 전쟁이 사전안에 압축됐다. 올해는 제1차 세계대전이 발생한 지 100년이 되는 해이다. 제1차 세계대전은 세계체제에서 유럽의 몰락을 가져온 전쟁으로 평가된다. 상상을 초월하는 학살극이 벌어지면서 유럽인들은 이성과 합리주의에 의문을 제기했고, 예술에서도 다다이즘(반이성, 반도덕, 반예술을 표방한 예술)이 탄생했다. 이 사전에서는 제1차 세계대전은 전체의 개관과 함께 동부전선, 메소포타미아, 발칸반도, 서부전선, 이집트, 이탈리아 전선, 팔레스타인 등의 항목을 별도로 두고 있다. 서로 다른 지역에서 각각의 양상으로 전개됐던 거대전 상황을 서술함으로써 이 전쟁을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했다. 제1차 대전은 탱크와 비행기, 독가스 도입이라는 최악의 결과를 낳았다. 탱크는 미국의 농업용 트랙터에서 아이디어가 나왔다. 영국 해군장관이던 윈스턴 처칠이 육군장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1916년 탱크 150대를 발주했다. 이 사전에서는 2차 대전이 남긴 결과로 “공습과 U보트의 공격, 로켓 공격, 강제 수용소, 죽음의 강제 행진, 질병, 기아, 고문, 수천만 명의 민간인 사망” 등의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세계 최악의 전쟁인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는 더욱 빠른 무기의 속도전 경쟁에 휘말리게 된다. 예컨대 아프가니스탄 내전의 경우 1979년 이래 200만 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으며, 거의 500만 명이 거주지로부터 쫓겨났다. 사소한 이유로 전쟁이 촉발되기도 했지만 그 근저에는 곪을 대로 곪은 분쟁 요인이 존재했었다. 사전에 따르면 세포이 항쟁의 경우 1857년 북인도 메루트에 주둔한 벵골군이 총탄에 동물 기름을 칠했다는 소문이 퍼진 뒤 인도 원주민 용병인 세포이들이 영국인 장교들에 반기를 들어 항쟁을 일으켰다. 동물 기름을 칠할 것은 이슬람교도든 힌두교든 인도인의 종교적 금기를 깨뜨리는 행위였기 때문이다. 종교는 사람들을 갈라놓았다. 지난 15년간 이슬람교와 기독교도는 필리핀과 인도네시아, 나이지리아, 키프로스, 세르비아, 코소보 등에서 서로를 죽였다. 종교적이고 민족적 싸움과 박해, 살인은 고대부터 십자군과 이슬람교도의 지하드, 태평천국의 난, 유대인 홀로코스트, 르완다의 제노사이드까지 추적할 수 있다. 현대의 전투와 군사적 양상은 바뀌고 있다. 테러와 폭력이 급격하게 늘어났다. 책은 전쟁의 군사적 측면만 살핀 일반적 전쟁사 책과 달리 전쟁의 속성과 이면을 되짚어볼 수 있는 세밀한 정보와 인물에 대한 상세한 목차를 수록하고 있다. 을지문덕 항목을 찾아 들어가면 “을지문덕은 살수(청천강)에 둑을 쌓아 물을 막았다가 수나라 군대가 강을 절반쯤 건넜을 때 무너뜨렸다. 30만 명에 이르는 수나라 군대에서 생존자는 2700명에 불과했다”고 서술하고 있다. 한국전쟁 항목에서는 1950년의 치열했던 장진호 전투와 반공포로 문제 등을 다루고 있다. 이 사전의 결론은 어떤 명분을 내걸어도 전쟁은 결국 인간에 의한 인간 살육일 뿐이며, 전쟁으로는 아무런 문제도 해결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조지 산타야나는 인간의 투쟁 본능과 관련, “피를 보고 희열을 느끼는 깊숙이 숨어있는 감정”이라고 말했다. 전쟁을 막으려면 전쟁의 역사에서 배워야 한다. 예진수 기자 jinye@munhw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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