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내 성씨의 유래는? 양반 아닌 가문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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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연휴 황금책을! 전통사회선 譜學으로 소통 18세기 족보 장사 붐 일으켜
올해 처음 실시되는 대체휴일제도로 이번 추석 연휴는 추석의 다음다음 날까지 이어진다. 추석 전날이 일요일과 겹쳐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늘 주차장이 되다시피 했던 고향을 다녀오는 길 사정은 대체휴일 덕택에 무난해질 전망이다. 연휴기간 내내 부모님 곁, 고향에 머무는 이들도 있지만 추석 당일치기로 다녀오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이런 사람들의 연휴나기는 즐거운 고민거리다. 레저활동도 좋다. 극장을 가든 안방극장을 이용하든 미뤄뒀던 영화 몰아보기도 가능하다. 이런 때 빼놓을 수 없는 게 책이다. 우리나라 독서량은 OECD 국가 중 꼴찌다. 하지만 이런 황금연휴라면 책장을 한 번 펼쳐볼 만하다. 뒹굴뒹굴하면서도 책을 옆에 두고 있어보자. 책과 함께하는 한가위를 만들어 보시라. 굳이 서점을 가지 않아도 좋다. 인터넷서점에서 베스트셀러를 주문하지 않아도 된다. 주위를 둘러보고 손에 잡히는 책이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우리 성씨와 족보 이야기/ 박홍갑 지음/ 산처럼 펴냄
한국인의 노스탤지어(향수)는 조상이고, 동력은 양반 의식이다. 그 매개체가 바로 족보다. 양반 계급이 타파된 1894년 갑오년이 60갑자로 두 바퀴(120년) 지난 2014년 갑오년에도 전국의 수많은 종친회는 수보(족보 업데이트) 작업을 계속하고 있고, 책으로 된 족보를 넘어 전자 족보까지 펴내고 있으니 말이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조상과 나를 일체화하며 살아왔다. 그러면서 우리 전통사회 지식인층 사이에 나타난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있다. 보학(족보 연구학) 커뮤니케이션이다. 자기 족보뿐만 아니라 남의 집 혈통에 대해 해박하게 알고 있어야만 대화에 끼일 수 있었다. 어느 지역 어느 동네에 어떤 성씨가 집성촌을 이루는지, 선조 중 유명한 인물은 누구인지에 대해 아는 것은 기본 중 기본이었다. 특히 통성명에서는 대화의 가장 중요한 밑천이었다.
책은 모두 4부로 구성됐다. 족보의 과거를 살펴보고, 현재를 진단해 미래도 조망해본다. ▷1부 ‘우리 족보 변천사’에서는 족보의 원형인 ‘가승’과 ‘족도’부터 모든 파의 족보를 합친 ‘대동보’에 이르기까지 족보의 변천사를 살펴보고, 왕실의 족보인 ‘선원록’과 내시의 족보인 ‘양세계보’ 등 특이한 족보도 소개한다. ▷2부 ‘성씨와 본관, 조상 찾기’에서는 고유 성씨와 외래 성씨의 차이, 시조는 왜 유명 인물뿐인지, 제2의 본관을 연 ´입향조´(어떤 마을에 맨 먼저 정착한 조상) 등에 대해 알아본다. ▷3부 ‘집단 기억과 족보의 문화사’에서는 18세기에 족보 장사가 붐을 일으켰던 이유, 시조를 놓고 벌어졌던 문중 간의 시비, 천민 출신으로 잘못 알려진 성씨인 ‘천방지축마골피’ 등에 대해 살펴본다. ▷4부 ‘조상과 족보에 대한 전통 가꾸기’에서는 다문화 사회에 새로 만들어지는 성씨에 대한 문화적 고찰, 종친회 등 연줄 커뮤니케이션의 생산적 활용, 종손 문화 보존 등에 대해 다룬다.
청도 출신인 저자는 우리 역사 대중화에 힘쓰고 있다. ´조선시대 문음제도 연구´ ´양반나라 조선나라´ ´사관 위에는 하늘이 있소이다´ 등을 펴냈다. 국사편찬위원회 연구편찬실장, 편사부장 및 상임위원 등을 지냈다. 408쪽, 2만5천원.
황희진 기자 hh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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