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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신문] 중국 홍차 훔쳐간 ´영국판 문익점´…´초목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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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5-03-03 00:00 조회1,61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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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편전쟁 직후 중국으로 건너간 산업스파이 로버트 포천의 모험담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매일 차를 한 잔씩 마시고 있다면, 로버트 포천(Robert Fortuneㆍ1812~1880)을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19세기 중반, 영국은 중국의 차 재배 기법을 알아내기 위해 비밀리에 포천을 중국에 파견한다. 일종의 산업 스파이인 셈이다. 포천은 아편전쟁(1840~1842) 직후인 1842년부터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중국 곳곳을 돌아다니며 차 묘목과 씨앗을 영국으로 빼돌렸다. 여러 차례 목숨을 잃을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그는 입수한 차나무 표본을 본국으로 보내는 일에 열과 성을 다했다. 포천은 자신의 임무를 착실하게 수행했을 뿐이지만, 결과적으로는 5000년이 넘는 차(茶) 역사의 판도를 바꾸어놓았다. 이 ´영국판 문익점 사건´으로 영국이 ´홍차의 나라´가 되었으니 말이다.



당시 영국에서의 차의 인기는 대단했다. 중국을 상대로 한 ´아편전쟁´의 배후에도 차가 있다. 차는 1660년대 포르투갈 공주의 혼수품으로 처음 영국에 소개됐는데, 19세기 들어서면서 점차 전 국민의 기호식품이 됐다. 특히 쌀쌀하고 눅눅한 날씨와 어울려, 영국 주부들은 매일 아침 식탁에 차를 내놓았다. 차 수요는 하루가 다르게 폭증했다. 문제는 차를 얻을 곳이 중국밖에 없었다는 점이다. 영국은 차 수입으로 막대한 국부가 유출될 위험에 처하자 한 가지 대안을 마련했다. 식민지 인도에서 아편을 만들어 이를 다시 중국에 파는 것이었다. 아편과 차의 교환은 영국 경제에 막대한 이득을 안겨다 줬으며, 자국민의 아편 중독에 시달리던 중국이 아편 수입을 막자 영국은 전쟁까지 불사했다.



하지만 언제까지 차를 얻기 위해 ´중국´만을 바라보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중국에서는 자국 내 아편 재배를 합법화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었다. 영국은 양귀비(아편)와 동백나무(차)를 두고 중국과 벌여온 ´초목전쟁´을 끝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졌다. 하루빨리 중국의 차 기술을 빼내 식민지 인도의 히말라야 산간에서 재배하자는 의견이 쏟아져 나왔다. 이 위험한 스파이 역할을 해줄 식물학자 로버트 포천의 등장은 영국의 눈에는 구세주처럼 비쳤을 것이다.



당시 중국은 주요 개항장 이외에는 외국인의 출입을 금지하고 있었다. 어디를 가나 눈에 띌 수밖에 없는 이 서양인은 영국식 복장을 벗어 던지고, 중국인처럼 행동했다. 변발을 하기 위해 중국 하인이 녹슨 면도칼로 그의 머리를 박박 긁어대자 포천은 "눈물이 내 뺨을 타고 흘렀으며, 나는 고통에 울부짖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처음에는 그 역시 식민지 개척자의 오만에 사로잡혀 중국을 "형편없는 중국식 돼지우리와 목화밭과 무덤들로 가득 찬 나라"라고 무시했지만, 나중에는 중국의 인간적인 모습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포천은 배를 타고 가다가 해적 떼를 만나기도 하고, 이권을 챙기려는 중국 하인들의 암투에 시달리면서도 차 수집을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중국인들이 영국에 수출하는 녹차에 인위적으로 색깔을 넣는다는 사실까지 밝혀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영국 대중의 입맛은 녹차에서 홍차로 급속하게 바뀌었다. 그러므로 포천은 영국이 ´홍차의 나라´가 된 결정적인 계기를 제공해준 인물이다. 중국의 여러 산지를 힘겹게 누빈 끝에 포천은 결국 차 씨앗 1만여 개를 인도로 밀반출했으며, 차 생산 인력까지 인도로 빼내갔다. 인도 히말라야 산간 다르즐링이 지금까지 세계 최고의 홍차 생산지가 될 수 있었던 까닭도 여기에 있다.


신간 ´초목전쟁´은 로버트 포천의 성공적인 스파이 활동기록을 담은 책이자, 중국 입장에서는 뼈아픈 수탈의 역사를 담은 책이다. 마치 인디아나 존스의 모험담처럼 펼쳐지는 이야기가 탐험소설을 읽는 착각에 빠지게 하지만, 철저한 고증과 기록을 바탕으로 했다. 한 이방인의 눈에 비친 19세기 중국의 시대상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고, 차를 중심으로 세계사의 한 흐름을 파악하려는 시도 역시 흥미롭다. "차를 마시면 모든 더러움을 깨끗이 없앨 수 있고, 모든 나른함을 몰아낼 수 있으며, 두통을 없애고 예방할 수 있다"는 포천의 예찬대로, 차는 마침내 물에 이어 지구상에서 두 번째로 많이 마시는 음료가 됐다. 저널리스트 겸 작가인 지은이 세라 로즈는 이 책의 원제를 ´For All the Tea in China´로 지었다. 영어에서 ´All the Tea in China´는 ´매우 귀중한 것´을 뜻한다.



(초목전쟁 / 세라 로즈 지음 / 이재황 옮김 / 출판 산처럼 / 1만5000원)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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