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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수 없다면 짖지도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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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13-01-05 00:00 1,196회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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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치호의 영문 일기,

한국 근대사 연구의 사료로써 재조명하다





<물 수 없다면 짖지도 마라>는 한국 근대사 연구에서 황현의 <매천야록>이나 김구의 <백범일지>에 못지않게 사료적 가치가 있으나, 방치되어왔던 윤치호의 일기를 다시 정리해 출간한 책이다. 좌옹(佐翁) 윤치호(尹致昊, 1865∼1945)는 지식, 명망, 재력을 겸비했던 일제강점기 조선 최고의 원로로서, 더러 중단된 적은 있으나 1883년부터 1943년까지 장장 60년 동안 일기를 썼다. 윤치호 일기 원본은 대학노트와 수첩 등 모두 30여 권에 기재되어 있는데, 1883년 1월 1일부터 1887년 11월 24일까지는 한문, 1887년 11월 25일부터 1889년 12월 7일까지는 국문, 미국 유학 중이던 1889년 12월 7일 이후는 영문으로 기록되어 있다. 윤치호는 50여 년을 영어로 일기를 썼던 것인데, 이는 미국 유학 중에 편의상 그리고 영어 공부를 위해 영어로 일기를 쓰기 시작해, 귀국 후에는 아마도 영어로 일기를 쓰는 것이 습관으로 굳어진 데다 가족 등 주변 사람들로부터 일기의 은밀함을 유지하기 위해서 계속 영문 일기를 쓴 것 같다. 



그동안 윤치호 일기는 방대한 분량과 한문이나 영문 독해의 부담 때문에 연구자들도 사료로써의 접근이 용이하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 또한 한 개인의 일기를 사료로 볼 수 있느냐는 고정관념과 ‘윤치호=친일파’라는 선입견 때문에 사료로서의 가치를 폄하하는 경우도 있었다. 윤치호는 일기에 자신의 일상생활과 공인으로서의 활동은 물론 국내외 정세에 대한 견해와 전망 등을 꼼꼼히 기록했다. 그리고 그가 겪은 여러 사건들의 미묘한 정황, 정국의 추이와 민심의 동향, 각종 루머, 많은 지인(知人)들의 인성이나 사상, 행적을 엿볼 수 있는 각종 정보를 상세히 적었다. 따라서 개인 저작물이지만, 그 어느 공식 문헌에서는 찾아볼 수 있는 이야기들이 풍부해 사료로서의 가치가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




윤치호 일기를 통해 본 한 지식인의 내면세계와 식민지의 역사





윤치호 일기에는 식민지살이와 윤치호 개인의 속내가 매우 생생하게 담겨 있다. 윤치호의 국내외 정세 인식, 일제의 조선 통치정책에 대한 판단, 제반 독립운동에 대한 생각, 조선의 역사, 문화, 전통, 민족성에 대한 인식 등이 진솔하게, 아니 적나라하게 기록되어 있다. 또 일제강점기 정국의 동향과 조선의 시대상에 대한 수많은 정보가 있다. 총독부 당국과 친일 세력, 민족주의운동 세력과 지식인층, 기독교계 등 사회주의운동 세력을 제외한 일제강점기 모든 부문의 움직임과 뒷이야기, 그리고 민심의 동향이 입체적으로 기록되어 있다. 또한 그가 일제강점기 말기 친일파의 대부가 된 이유를 확인할 수 있는데, 이는 당시 식민지 치하의 한 지식인이 어떻게 친일의 길로 들어서는지를 보여주는 내면의 기록이기도 한다.



특히 윤치호 일기를 통해서는, 일반적으로 친미파로 분류되는 미국 유학 출신의 지식인층이나 기독교계 인사들에게 백인종, 구체적으로는 앵글로색슨인에 대한 정서적 거부감이 상당한 수준이어서 이것이 친일의 계기로 작용했다는 점, 일제강점기에 민족주의운동 세력과 기독교계를 중심으로 평안도 지역과 서울·경기 지역 사이에 지역감정(지역갈등)이 극심하게 나타났다는 점 등을 자세히 알 수 있다. 또 고종 황제 독살설, 유길준의 을미사변 관련설, 박용만과 옥관빈의 밀정설, 1930년대 중반 최남선의 ‘변절’설, 1930년대 후반 신흥우의 파시스트 결사 추진설 등은 그 진위 여부를 떠나 상당히 주목해볼 만한 내용들이다.



그리고 책 제목 ‘물 수 없다면 짖지도 마라’는 윤치호가 일기에 가끔 적었던 말로서, 그의 인생관과 처세술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말이다. 뿐만 아니라 그가 식민지를 겪고 있는 조선인에게 가장 해주고 싶었던 말이었다. 조선인이 독립국가를 경영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출 때까지는 정치적·군사적 독립투쟁을 자제하고 경제적·도덕적 실력양성에 전념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철저한 신념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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