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서평꾼
독자서평꾼

신데렐라의 진실을 찾아서… 『신데렐라 천 년의 여행』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1-08-31 00:00 조회1,539회 댓글0건

본문






블로거 eunbi 님의 서평입니다.

>>서평 바로가기
http://blog.yes24.com/document/5023159









신데렐라 이야기 모르는 사람 있을까? 디즈니 만화영화의 영향으로 ´신데렐라´ 하면 대부분 ´디즈니표 신데렐라´를 떠올리리지만, 책 좀 읽은 사람은 우리에게 알려진 신데렐라의 원본으로 ´샤를 페로(Charles Perrault)´의 <상드리용 혹은 작은 유리구두> 버전과 그림 형제(Grimm Brothers)의 <재투성이 소녀>버전이 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세계 각지에 존재하고 있는 신데렐라 유형의 원전을 모아보니 약 천 편 가까이 된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콩쥐 팥쥐´도 이런유형의 하나인데, 왜 세상에는 이토록 많은 신데렐라 이야기들이 있을까? 각 나라의 독특한 환경에 따라 조금씩 내용이 다르지만 악한 계모, 밉기만 한 의붓언니, 착한 주인공, 혼인을 통한 신분상승 등 그 기본적 구조는 동일하게 유지되고 있다. 또한 원전에서 전하는 내용이 디즈니의 애니처럼 언니들을 용서하고 행복한 결말을 맺는 것이 아니라 가혹한 처벌로 끝맺음하는 것도 알 것이다. 많은 이야기들의 결말이 왜 그토록 잔인할까? 도대체 이 이야기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띠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왜 유럽지역에서 채집되는 이야기가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게 됐을까? 그리고 같은 유럽 내의 이야기인데도 페로의 이야기와 그림 형제의 이야기는 왜 그렇게 다를까? 많은 학자들이 이러한 의문을 가지고 그 진실이 무엇인지 신데렐라 원전 탐구·분석에 매진하는 모양이다.



이번에 손에 잡은 <신데렐라 천년의 여행>은 바로 이러한 연구를 해온 서울대 주경철 교수가 신데렐라 민담 속에 면면히 이어온 신화나 고대 종교의 흔적 같은 것이 있다는 큰 틀 속에서 역사, 사회, 문화적으로 우리 삶의 여러 다양한 측면들을 독자들이 쉽게 살펴볼 수 있도록 이끄는 책이다. 1부에서는 신데렐라 이야기에 대한 분석 내용을 정리하여 소개하고 있고, 2부에서는 신데렐라 유형의 이야기 14편이 소개되어 독자 스스로 분석과 판단을 해보도록 유도하고 있다. 1부 ´신데렐라의 시간여행´의 1장 ´옛이야기의 진실´은 페로버전과 그림형제 버전을 주로 분석하고 있는데, 그동안 대충 알고 있던 내용에 대해 깊이있게 접근해 보는 시간이 되었다. 신데렐라 계열의 이야기로 분류하는 과정 중에 두가지 흥미로운 분석들이 시선을 끈다. 첫째, 신데렐라 이야기에서 표면적으로는 계모와 의붓언니들이 주인공을 질투하여 괴롭히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사실은 이야기의 화자인 주인공이 그들을 질투하고 있다는 것으로, 주인공은 자신의 생각을 투사하여 스스로 이런 이야기를 꾸며낸다. 둘째, 신데렐라에서 계모란 사실은 친어머니이며 그 친어머니가 주인공을 괴롭히는 이유는 아버지와의 사랑의 갈등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이 이야기의 배후에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가 깔려 있다(34쪽)는 것이다. 저자는 ´무의식적´으로 근친상간의 성향을 띤다는 주장을 의심스럽게 보기는 하지만 전적으로 무시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신화나 민담, 동화 등에서 이 주제가 끊임없이 제기됨을 지적하고 있다.



´민담의 주제는 한마디로 성과 폭력이다´. 민담 속에서 적나라하게 노출되어있는 성 문제와 폭력성을 이해하기 위해 정신분석 방법이 사용되고 있는데 읽는 재미가 솔솔하다. 예를 들어 신데렐라가 무도회에서 도망치는 장면이나 발과 신이 어김없이 등장하는 이유를 이런 관점에서 분석해 보면 매우 흥미롭다. 그림형제 버전에는 마법이 풀리는 옵션이 없는데도 신데렐라는 왜 도망을 가야만 한 것일까? 어느 학자(베텔하임)의 주장에 의하면 신데렐라는 화려한 외모가 아니라 본래의 모습으로 선택받고 싶었기 때문이라 한다. 신발도 상당히 성적이다(19禁). 자세히 언급하긴 좀 그렇지만 이렇게 본다면 무도회에서 뛰쳐나온 것은 아직 사랑이 완전치 못한 단게에서 섣불리 순결을 내주지 않겠다는 의미가 된다(49쪽). 어쨌거나 많은 문제를 성적인 관점에서 풀어내는 것이 조금 껄끄럽기는 하나 무시못할 설명력을 가진다. 어머니의 이중성에 대한역설적인 교훈 부분도 기억해 둘만 하다. 어린이에게 자립의 가능성과 필요성을 깨닫게 하기 위해서는 부모가 당분간 못되고 학대하는 부모로 바뀔 필요가 있다(51쪽)는 것이다. 신데렐라 이야기를 통해 어린이들은 광포한 오이디푸스 갈등을 해결하는 실마리를 얻어 훌륭한 삶과 바람직한 결혼을 통해 불가능한 꿈처럼 보였던 성적 갈망을 성취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질거라는거다. 많은 비판도 있지만 흥미로움을 부인하긴 어려운 대목이었다.



기록으로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신데렐라 이야기는 중국의 <섭한>으로 9세기에 씌어진 것이다. 그 이전 시기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자료가 없으므로 신데렐라 이야기에서 드는 여러 의문점, 예를들어 신데렐라 계열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적인 특징인 ´신발 한 짝의 상실´은 왜 그렇게 끈질기게 나타나는 것일까? 왜 신발을 잃어버리는 것이 그토록 결정적인 전환점이 되며, 왜 꼭 한 쪽 신발만 잃어버리는 것일까? 그 의미는 무엇일까? 등등은 신화에서 그 의미를 해석(3장)하고 있는데 조금 뜬금없기는 하나 풍부한 지적 상상에 나래를 펴게 한다. 신데렐라의 키워드는 ´신발의 상실 ㅡ 여행 ㅡ 도움을 주는 동물 ㅡ 왕자와의 결혼´같은 것인데, 이는 그리스 신화의 ´운명적인 주인공´의 행적과 상통하는 측면이 있다. 그 키워드는 ´발 다침 ㅡ 황야에 버려짐 ㅡ 동물 혹은 양치기 등의 도움 ㅡ 귀환과 왕국 획득´이다(128쪽). 두 세트는 분명 서로 유사하다. ´발´과 ´죽음´사이에 모종의 연관이 있음을 신과 인간, 이승과 저승의 중간 존재의 특징인 ´반쪽이´로 풀어내는 신화 속에 잠시 마음을 뺏기다보면 신데렐라형 존재는 어쩌면 인류 문화 형성의 초창기인 신석기 시대에 형성된 원초적인 종교 개념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을 듯 하다는 마무리에 다다른다. "신데렐라는 이제는 거의 ´옛이야기´ 속에서만 흔적을 남기고 있지만, 여전히 저 먼 과거 문명이 우리에게 전하려는 복합적이고 중층적인 메시지를 해독하는 열쇠를 그 안에 숨겨가지고 있다(180쪽)."는 저자의 마지막 말이 전하고자 하는 함의(含意)를 되새겨 본다.



생각만큼(?) 읽을만한 책이었다. 신데렐라의 진실을 찾아 역사와 신화의 세계를 넘나드는 지적인 여정이었다. 콩쥐밭쥐와 심청전을 거쳐 중국의 섭한, 베트남의 카종과 할록, 아메리카 인디언의 칠면조 소녀를 넘나들다보면 어느새 신화 속의 미궁을 거닐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한다. 신데렐라 이야기가 오늘 날에는 그저 흥미거리 이야기에 불과하지만, 먼 그 옛날에는 훨씬 더 심층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며, 그 의미는 우리에게 익숙한 것들과 대단히 다른 내용일 수 있다는 걸 느끼기에 충분한 책읽기였다. 비록 더 깊이 이해는 못하더라도 오늘날 디즈니표 신데렐라가 나약하고 의존적인데 비하여 예전의 여주인공들은 매우 적극적인 행동을 하는 유형이었다는 것 하나라도 기억을 해야겠다. 디즈니가 만든 의존적이고 외모우선 여성성의 왜곡 캐릭터가 어린이들에게 수동적인 심성을 심어주지나 않을까 염려스러웠는데, 가장 소극적이라고 하는 페로 버전에서도 신데렐라는 최소한의 적극성은 띠고 있었다는 거다. 아무튼 수준높고 흥미로운 주제임은 틀림없으나, 조금 범위가 넓고 학구적이라 머리가 지끈거리기도 하였다. 어찌보면 그저 평범한 이야기에 학자들의 지적 허영이 포장되어 복잡하게 느끼도록 한 것이 아닌가 생각도 든다만...어쨌거나 나름 괜찮은 공부가 된 책읽기였다... (끝)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