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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수집하며 아름다움을 재발견하다 덧글 0 | 조회 970 | 2011-10-12 00:00:00
관리자  



수집하며 아름다움을 재발견하다


야나기 무네요시 지음/이목 옮김/산처럼/1만8000원

수집이야기/야나기 무네요시 지음/이목 옮김/산처럼/1만8000원




2006년 11월이었다. 광화문에서 점심 약속이 있어 나갔다가 근처 미술관에서 일제강점기 우리나라의 민족예술에 관심 많았던 민예연구가이자 미술평론가인 야나기 무네요시(柳宗悅·1889∼1961)의 ‘문화적 기억’이라는 전시를 보게 됐다. 일층에서는 사진을 통해 그의 일대기를 엿볼 수 있었다. 그가 펴낸 책들이 연도순으로 진열되어 있었다. 1940, 50년대에 출간된 책들이 지금 보아도 눈에 띄게 정갈하고 곱다며 감탄하면서 책 표지들을 눈으로 훑고 지나치는데, 동행했던 사람이 “저런 책도 있네” 하며 멈춰 섰다. ‘수집이야기’였다.


사무실에 들어오자마자 에이전시에 오퍼를 넣었다. 중앙공론사에서 복각본으로 나온 문고를 검토용 도서로 받을 수 있었다. 그즈음 감성적인 번역으로 시선을 끌었던 역자에게 연락을 해서 이런 책을 고민 중이라고 했더니, 인터넷으로 검색해보고는 이 책에 실린 <수집 이야기>라는 글이 일본에서도 손꼽히는 명수필이라고 했다.


어릴 적 장난감이나 우표 따위를 비롯해 음반이나 그림, 도자기, 고서적 등을 수집하는 사람들이 많다. 요즘은 그림 수집 열기가 대단하다. 한데 하나의 물품을 지속적으로 모은다고 해도, 돋보이는 수집이 되지 못하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이에 야나기 무네요시는 이 책에서 종교철학자다운 수집관을 펼쳐보이고 있다. 가난한 자의 수집을 얘기하고 있듯이, 돈으로 수집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돈이 아니라 자기 안목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름 있는 자의 제작품이라고, 골동상이 소개하는 것이라고 해서 휩쓸리는 것도 경계한다.


수집이 사욕으로 직결될 수 있음에 ‘민예관’을 설립해 운영한 것도 감동적이다. 제2부에 소개하고 있듯이, 자기 눈에 들어온 것들은 주위에서 하찮다고 해도 개의치 않고 온 마음을 기울여 그 물건을 손에 쥐곤 하는데, 그런 수집품들을 모두 민예관에 모아놓고 좀 더 많은 사람과 공유하고자 하는 것이다. 게다가 그의 수집품들은 사발이나 찻잔, 가마솥 같은 일상에서 쓰는 물품 중에서 건강한 아름다움이 깃든 것들로서, 이를 민예라 이름 붙였다. 이는 화려한 고급문화에서 아름다움을 감상하던 관습적 시선에 전복적인 가치를 부여한 것이다.


책을 만들면서 새로운 관점을 발견하거나 생각이 한 뺨이라도 커가는 것을 느낄 때 보람이 크다. 주로 인문서를 펴내다가 예술분야의 에세이를 처음 출간하면서 단순한 감상서가 아닌, 아름다움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 기회를 갖게 되어 기쁘다. 모쪼록 이 기쁨을 많은 독자들과 같이하기만을 바랄 뿐이다.





2008. 6. 14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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