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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기고] 작은 출판사의 생존전략은? 덧글 0 | 조회 1,165 | 2011-08-02 00:00:00
관리자  





2003년 8월 16일자 <세계일보> 책동네

윤양미(산처럼 대표)




 


작은 출판사의 생존전략은 자본에 의해 움직이지 않는 색깔 분명한 책으로 승부를


올 봄쯤 KBS-TV 한 프로그램의 제작사에서 취재를 하고 싶다는 제의를 받은 적이 있다. IMF 때보다 불황이라는데 꿋꿋이 인문학 책(!)을 펴내는 일인출판의 여자(?)를 소개하고 싶다는 것이 의도였던 것 같다.


섭외 요청에 고민의 여지없이 거절했지만 출판이나 책에 대해 독자에게 부담 없이 다가갈 수 있는 기회를 배제해버린 것은 아닌가 시간이 흘러 잠깐 다시 생각해보기는 했다.


요즘도 한두 명 정도 규모의 출판사에 호기심 차원이든 뭐든 관심이 있는 것 같다. 일인출판사만 모아서 기사를 써보겠다는 것을 얼마 전에도 모 일간지 기자로부터 들었다. 사장, 편집, 영업, 경리 등 최소 네 명 이상은 되어야 출판사가 구성된다고 여겨왔는데 한두 명의 인원으로 출판사가 꾸려지고, 무엇보다 이런 출판사가 책을 펴내는 기세나 책의 형태가 일곱 명이나 열 명이 이루어낸 공동작업의 결과와 큰 차이가 없다면 당연히 관심의 대상일 될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리고 이런 출판사가 생존가능하게 된 출판의 여건을 진단해볼 필요도 있을 것 같다.


몇 년 사이 일인출판이 가능해진 출판 환경의 두드러진 변화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우선 도소매 서점의 거래처에서 어음 위주의 결제에서 현금 결제의 폭이 늘어났다. 그중 인터넷 서점의 등장으로 잔고 없이 현금으로 결제를 받게 된 것이 주목할 만한 사항이다.


거기에 서른 중반을 넘긴 경력자들을 소화하지 못하는 기존 출판사의 마인드 부재 혹은 경제적 부담감이 훈련된 경력자를 프리랜서로 내몰아 우수 인력을 비교적 쉽게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산처럼의 경우만 해도 건강한 재무구조라고 할 수는 없어도 인터넷 서점의 의존도가 다소 높은 편이며 편집이나 디자인 등은 외주자에 의해 시스템화되어 있다.


그러나 출판 여건보다 작은 출판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색깔인 것 같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말도 있지만, 작은 것이 아름다우려면 자기 색깔이 분명해야 한다. 틈새를 공략하는 기획이어도 좋겠지만, 무엇보다 작은 출판사는 자본의 힘에 의해 움직이는 매스 마케팅으로 접근하지 못하는 성격 분명한 책들로 시장에서 승부할 수밖에 없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처럼.


처한 상황에 대해 긴밀히 정보를 공유하지는 않지만 환경이나 생태, 예술, 여행 등 한 가지 분야에 집중해 책을 펴내는 눈에 띄는 1, 2인 출판사가 몇 군데 있는 것으로 안다.


진보는 다양성에서 나온다는 말이 있듯이, 작은 출판사의 소신 있는 노력의 결과가 다양한 책들을 생산해내며 도서시장의 활성화를 가져온다면 이는 분명 바람직한 일이다. 이런 작은 출판사들은 광고나 매스 마케팅에 휩쓸리지 않는 눈밝은 독자들의 관심과 선택에 그 생존 여부가 달려 있다. 종(種) 다양성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자기 색깔이 분명한 작은 출판사가 많아져야 하지만 이를 외면하지 않는 독자들의 다양한 관심이 궁극적으로 출판의 풍토를 기름지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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